◎1천원짜리 물건팔아 66원이익/63원이 금리부담,기업몫 3원뿐 국내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천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66원의 이익을 남긴다. 이 얼마안되는 66원 중에서 95%에 해당하는 63원이 금리부담으로 나간다.금리몫으로 떼어주는 돈을 제하고 남는 돈은 고작 3원(5%)이다. 1천원어치를 팔아 단돈 3원을 챙기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은 1천원짜리 상품으로 42원을 남겨 금리몫으로 22원을 주고 20원을 기업이 챙긴다. 대만기업들은 64원의 매출이익을 올려 24원을 금리몫으로 떼고 40원을 자기이익으로 챙긴다.
한은 기업경영분석(93년판)에 기초한 이같은 비교는 두자리수 고금리의 횡포와 한자리수 저금리의 위력을 명료하게 대조시켜 보여주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조달금리(12.3%)가 대만(8.9%) 정도만 됐더라도 1천원짜리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이 3원이 아니라 그 7배 가까이 되는 20원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고금리몫 63원과 기업몫 3원. 생산의 3대요소비용중의 하나이고 생산수단의 하나인 금리가 오히려 주인행세를 해서 더 많은 몫을 챙겨가고 생산은 거꾸로 노예노릇을 하는 주객전도의 비참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밑둥부터 갉아먹고 있는 「고비용구조」의 핵심적 요소인 금리 땅값 임금등 「비용3고」가운데 고금리의 폐해가 이만큼이나 심각하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고금리는 모든 경제활동위에 군림하고 있는 폭군이다. 두자리수의 고리대가 폭군보다 더한, 경제활동을 무차별적으로 훼방놓는 일종의 「깡패」같은 것이다. 아무리 애써서 생산활동을 해도, 생산적인 기업가나 근로자들이 피땀흘려 생산의 과실을 만들어놓아도 「불로소득」을 하는 고금리가 과실의 대부분(95%)을 앗아 가버리고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5%에 불과, 남는 것이 없다.
고금리가 폭군처럼 우리경제에 엄청난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이 폭군에 저항하려고 나서지 않고 있고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에 맞서야할 정부는 기업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마다 말로만 『싸워 보겠다』고 외칠 뿐 실질적이고도 본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의 실세금리는 최근 「많이」 내려서, 정부가 금리인하를 위해 「무지하게」 애를 쓴 결과 13.1%수준(회사채 유통수익률 기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엄청나게」 내린 이 금리가 남미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실세금리가 3.7%, 싱가포르는 3.5%다. 대만도 6.5%, 말레이시아도 5.9%다. 우리보다 절반 이하, 3분의 1 수준이다.
고금리와 저금리는 기업의 운명을 가르고 사활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지금 기업을 살려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마당에 계속해서 고금리를 고집해야할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방법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백방으로 금리를 낮추려는 노력을 다 한 다음에나 나와야 할 얘기가 제대로 성의 있게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고 「안된다」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만 독특한, 영구히 치유할 수 없는 고질병 처럼 돼있는 고금리의 벽을 깨버리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는 「절대적으로」국제경쟁력을 되살릴 수 없고 경제의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10여년전 고금리에 도전한, 낡은 사고의 틀을 깨버린 개혁적인 경제관료가 한 사람 있었다. 고 김재익전청와대경제수석은 82년 20%대의 금리를 10%이하 한자리수로까지 대번에 낮추어버렸다. 그 당시로서는 「있을 수 없는」 「현실을 무시한」「물정모르는 위험한 개혁론자」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통화량도 물가도 금리도 모두 안정됐다. 엄청난 성공이었다.「콜럼버스의 달걀」인 셈이었다. 지금 이시점에서 콜럼버스처럼 다시 한번 통념을 깨는 과감한 발상전환과 개혁이 시도돼야 한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살아남는 길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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