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원작… 본보 연재 대하소설/감독 이장호… 내년여름 개봉예정전후 최고의 민중소설로 일컬어지는 황석영씨의「장길산」이 이장호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
74년부터 10년간 한국일보에 연재된 「장길산」은 봉건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한 조선 효종말기를 배경으로 노비의 몸에서 태어나 천민혁명을 꿈꾸던 의적 장길산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3공에서 5공에 이르는 억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중혁명을 과감히 묘사,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으며 10권짜리 전집소설은 약 4백만부가 팔리는등 한국출판사에 한획을 그었다.
이장호감독은 지난 87년 황석영씨로부터 판권을 매입, 영화화를 꿈꿔왔으나 민중혁명이란 주제가 6공당시로서는 영화화하기가 쉽지않아 촬영을 미뤄왔다.또 북한땅인 황해도가 작품의 주무대여서 현지촬영할 계획으로 91년 통일원에 북한주민접촉승인 신청을 내고 다양한 채널로 북한측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이번 영화화되는 부분은 제1부 광대편.장길산의 탄생을 알리는 「장산곶매」로부터 길산이 구월산광대패속에서 이갑송 마감동등과 우정을 맺으며 자라는「광대들의 삶」「장길산과 묘옥의 사랑」 간상배 신복동을 혼낸일로 길산이 투옥된후 박대근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는 「파옥」 길산이 고승 운부대사를 찾는 「금강산 입산」 까지의 내용을 다루게된다. 장길산이 혁명아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나머지 부분은 남북관계가 호전된후 북한 로케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이장호감독은 내년 1월께 크랭크인, 6개월여 제작기간을 거쳐 내년 여름극장가에 선보일 계획이다. 영화에서는 소설에 담긴 천민들의 왕권도전이라는 무거운 주제보다는 길산과 묘옥의 사랑, 산사나이들의 의리와 천민들간의 뜨거운 인간애등 서정적인 요소가 강조될것이라고 이장호감독은 설명한다. 그는『민중혁명이란 주제는 동구권의 몰락등 세계정세의 변화로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됐다. 「장길산」에는 민중혁명의 이념을 넘어서는 인간애의 대파노라마가 있다. 나는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인간을 담고싶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또 소설에 등장하는 토속무예를 본격적으로 다뤄 한국적인 액션영화의 참맛을 살린다는 구상아래 태껸 수벽치기 죽창검법등 전통무예 기능보유자들을 대거 출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촬영은 지리산과 월출산에 대규모 오픈세트를 세워 재현하며 출연진은 주·조연급 모두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기용할 예정이다(19∼20일 공개오디션). 제작사인 기획시대(대표 유인택)는 총제작비로 20억원내외를 예상하고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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