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사찰통해 협상재개 소지도/삭발령 등 위기설은 신빙성 없는듯 핵게임의 궤도를 수정할것인지 아니면 강경돌파할것인지, 세계의 관심이 북한에 쏠려있다. 북한은 그럼에도 일절 내색없이 정중동의 상황이다.
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 그리고 남북대화등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3축의 협상채널이 모두 단절된 가운데 한반도 주변에서는 대북제재의 시한과 가능성의 설정문제가 비로소 논의되는등 강경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상호간에 본격적인 흥정을 벌여야할 때에 북한은 웅크린채 시간만을 보내고 있는것이다. 지난4일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유엔총회결의안과 관련한 외교부담화를 발표한이후 북한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우리측은 물론 미·일등 세계가 북한 내부, 특히 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뿐이다.
지난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이후 강·온의 수순을 번갈아 써가며 「핵게임」을 이끌어온 북한으로서는 손익의 대차대조표를 대조해가며 막바지 결정을 해야할 갈림길에 서 있는 것같다.
최근 안팎에서 북한내부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정보가 잇따라 입수됐으나 우리측당국은 이들 정보에 대해 신빙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 예로 오는 15일께 개최될것으로 알려진 노동당중앙위 전원회의는 지난1일의 유엔총회 결의안채택보다 훨씬 이전에 소집된것으로 긴급한 성격을 갖는것은 아니라는것. 또한 군부대 전진배치·삭발령·군사훈련강화등으로 야기된 「도발위기설」도 『이례적이거나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군부대의 전진배치가 완료된것은 이미 수년전의 일이고 그것도 휴전선부근이 아닌 평양과 원산을 잇는 선의 이남에 65%가량이 배치됐다는것이다. 서방언론의 특정한 시각때문에 위기설이 실제보다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핵문제해결의 수순이 예정대로 진척되고 있지 않은것과 관련, 혼란을 겪고있고 내부적으로 조정을 필요로 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조짐들은 정부주변에서 신빙성있게 거론되고있다. 북한의 강성산정무원총리가 곧 캄보디아를 방문키로 한것도 유엔총회결의안 채택에서 받은 충격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다. 강총리는 신병으로 현재 건강이 몹시 나쁜 상태로 알려져 있어 지난해12월 취임후 한번도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의 방문은 형식상 지난9월 캄보디아사절단이 방북한데 대한 답례형식으로 돼 있으나 유엔결의안 투표결과에 대한 북한최고위층의 진상규명지시에 따른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측이 새로운 제의를 내놓아도 현재 북한은 이에 제대로 대응할만한 입장에 있지 않은 것같다』면서 『우리측이 할 수 있는 일은 대화의 문을 계속 두들겨 강·온파간에 진행되고 있는것으로 보이는 북한내부의 논쟁을 파국을 피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문제 남북대화등과 관련, 다음 카드를 선택하기에 앞서 내부조정의 진통을 겪고있다는게 정부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북한이 선택할 다음 카드에 대해 당국자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협상의 실마리가 다시 풀린다면 남북대화보다는 IAEA와 임시사찰문제를 협상하려 할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어 핵문제 해결을 담보로 미국과 관계정상화에 관한 줄다리기를 할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은 파국보다는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관측인것이다.
북한 김광진무력부부장의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화에는 대화로』라는 담화가 시사하듯 북한은 협상을 재개할 마지막 여지를 여전히 남겨놓고 있는셈이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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