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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의원 “회사냐… 정치냐…”/봉명부도·장복건설 도산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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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의원 “회사냐… 정치냐…”/봉명부도·장복건설 도산 계기

입력
199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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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기업 병행에 큰 고충… “세상 달라졌다” 봉명그룹의 부도, 장복건설의 도산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예사롭지않다. 봉명그룹은 이승무의원,장복건설은 배명국의원의 소유로 여당의원이 경영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끈다. 개혁정국과 실명제실시이후 여당의원의 기업이 부도가 난다는 사실은 간단치않은 의미를 함축하고있다는 분위기이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를 지켜보며『집권당 의원의 프리미엄도 부도를 막는데 힘이 되지못하는가』라고 반문한다.아울러『정치와 기업의 병행이 가능한가』라는 원론적 물음도 제기되고있다.특히 기업을 경영하고있는 현역의원들은『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대부분의 기업인 의원들은『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자금융통에 별로 도움이 되지못한다』고 말하고있다.차라리 부담이 되기도한다는 의원들마저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청탁이 오히려 역작용을 할것같은 분위기가 형성된것이다. 실제 몇몇 의원들은 긴급자금을 부탁했다가 은행측으로부터 정중한 거절을 받기도했다.

 의류업체인「오리지널 리」의 대표인 박주천의원은 『은행측이 실정이 어려우니 의원님께서 이해해달라고 사정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여당의원의 위상을 설명했다.재산공개로 홍역을 치렀던 쌍마섬유의 김동권의원은『차라리 과거 기업만하던 시절 거래실적을 내밀며 큰 소리칠 때가 더 좋았다. 지금은 체면을 차려야하니…』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한결같이『정치권의 영향력으로 기업을 키워나가던 시대는 지나가고있다』고 말하고있다. 때문에 과거 정치의 덕을 보았던 정치인기업도 이제는 기업논리에 충실하지못하면 버티기 힘들게됐으며 장복건설의 부도가 이를 잘 말해주고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민정계라서 힘을 쓰지못한것 아니냐. 만약 민주계실세들이 미는 기업이라면 쉽게 쓰러졌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하지만 대세는「정경분리」로 가고있다.

 기업풍토의 변화흐름를 발빠르게 탄 의원도 있다. 최돈웅의원은 지난3일 선대부터 경영해오던 경월소주를 두산그룹에 매각했다. 최의원은『경쟁이 격렬해지는 주류시장에서 벗어나 정치와 제2무선통신사업에 전념키로했다』고 매각이유을 설명한다. 최의원의 변은 여당의원이란 방패막이를 앞세워 방만한 경영을하는 구태를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최의원외에도 상당수의 기업인 의원들이 기업과 정치중 어느길을 택할지를 놓고 고심중인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승무 배명국의원은 물론 민자당의 K, P, J의원등이『정치와 기업의 병행이 갈수록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공감하고있다.

 지난 시절 기업경영을 병행한 대표적인 정치인인 고 김성곤씨(공화당재정위원장·쌍용그룹창업자) 윤석민씨(11대 국민당부총재·전 대한선주회장) 박태준씨(민자당최고위원·전 포철회장)등의 정치가 불우하게 끝났다는 점도 현역기업인 의원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고있는지 모른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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