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무역차별관행 시정약속/실질 성과 위한 협의체 설치도 한일정상의 짧은 경주대좌는 「가깝고도 먼」양국 관계를 「가깝고도 중요한경제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기를 마련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사 매듭과 북한핵문제등 굵직한 현안과 함께 상당시간이 할애된 경협문제 논의과정에서 양국정상이 거둔 가장 큰 회담의 성과는 시장개방과 무역불균형등 경제현안에 대해 두 정상이 솔직히 양국의 문제점을 서로 인정하고 앞으로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간다는 미래지향적인 경협방안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에서 김영삼대통령은 경협문제와 관련, ▲한국상품에 대한 차별적인 수입규제 완화 및 철폐 ▲투자 협력강화 ▲건설시장 개방등을 호소카와총리에게 제기했다. 일본의 평균관세율이 2.1%에 불과한데도 우리측의 관심품목인 여행용가방과 의류· 신발등의 평균관세율이 7.8%에 달하고 한국상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높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대해 호소카와총리는 주한 일본상사의 수입제한조치등 차별조항과 한국어선의 일본근해 불법어로문제등을 제기하면서도 김대통령이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적극 시정해 나갈것임을 약속했다. 호소카와총리는 『일본의 수입규제가 많은것을 인정한다. 총리인 나 자신이 이런 문제를 대폭 완화토록 이미 조치했다. 건설시장 개방은 한국외에도 미국등 다른 나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개방을 반대하는 일본내 일부 분위기가 있으나 총리의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이를 풀어나가겠다』며 일본의 대한경협에 관한 문제점을 시인하고 전향적인 협력을 확약했다. 호소카와총리는 또 지난해 양국정상간 합의한 산업협력재단 운영, 산업간 기술협력등 7개항의 액션프로그램을 적극 실천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정상은 특히 경협의 걸림돌들을 실질적으로 걷어내기 위해 「한일 신경제 협력기구(NIEP)」라는 협력의 장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김영삼대통령의 제의로 합의에 이른 NIEP는 양국이 실질적인 경제동반자로의 관계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기구다.
▲NIEP 설치 ▲일본의 대한 차별관행 완화 ▲일본의 건설시장 개방약속등으로 요약되는 경제분야의 김·호소카와 경주합의는 그동안 선언으로만 일관했던 양국 경협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지렛대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정상이 이처럼 적극적인 경협에 합의한것은 양국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겠다는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대일경협원칙과 엔고이후 산업구조조정을 추진중인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정부 출범후 그동안 보상차원으로 요구했던 기술이전문제를 경제논리로 풀고 대일수입규제장치로 활용되던 2백58개의 수입선 다변화품목을 앞으로 5년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는등 우리정부가 구체적인 대일경협방안을 제시하자 불황탈출구를 찾고 있는 일본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과의 경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르익고 있는 양국정부와 기업의 경협분위기가 바로 양국 무역수지의 확대균형과 기술협력, 기업간 협력등으로 발전될것으로 예단할 수 없는것이 현실이다.업계관계자들은 NIEP가 한일경협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하려면 양국 부품업체간 협력을 골간으로 한 기업간 협력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돼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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