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검사 강화되면 북한에 타격 예상 북한핵사찰문제는 미국과 북한간의 「일괄협상」(PACKAGE DEAL)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괄협상방식은 북한의 핵사찰수용과 미국의 대북한관계개선을 하나로 묶어 일괄타결하는 것으로 북한이 주장해온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선사찰수용 후관계개선논의」를 요구해 왔었다.
미국정부가 「일괄협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적은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등 미국언론들이 최근들어 미·북한간의 뉴욕비밀접촉을 보도하면서 워싱턴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미국이 일괄협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등 주변국들도 외교적 해결이 아닌 대북제재조치로 갈 경우 북한의 군사적 도발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일괄협상이 유일한 평화적 해결방법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핵사찰문제는 협상으로든 제재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를 결정함으로써 핵안전조치협정에 따라 이미 신고한 핵시설에 대한 임시및 일반사찰, 즉 통상사찰을 받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감시카메라의 필름과 건전지 교체만 허용하겠다고 주장해 사찰은 중단상태에 있다.
한스 블릭스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8월에 교체한 필름과 건전지는 이미 작동이 중지됐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핵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의 계속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블릭스총장은 유엔총회보고에서는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이 중단됐다」는 선언을 하지 않고 「안전조치의 계속성이 손상되고 있다」고 말해 즉각적인 제재로 가는 위험부담을 덜어주기는 했다. 그러나 조만간 미·북한 협상에 의한 진전이 없을 경우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 제재조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이해당사국은 대북한제재와 북한의 대응방식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한국정부가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것 같다. 한미 연례안보회의의 공동성명이나 양국국방장관의 기자회견및 애스핀 미국방장관의 청와대회의 내용은 북한핵사찰거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일반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한·미간의 깊숙한 대화에서 한국은 『북한을 코너로 몰아가면 도발위험이 있으니 제재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미국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도 애스핀장관팀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제재조치가 몰고올 위험성을 심각히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지난 3월 북한이 NPT탈퇴를선언을하면서 국제사회에 긴장을 야기시킬때 미국에 주문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북한은 현재 지난 여름 냉해로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 건드리면 터질듯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북한이 군사력의 70%를 남한을 즉각 공격할수 있는 휴전선지역에 전진배치했다는 정보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며, 미국방부의 한국전 시나리오는 90일안에 일방적으로 북한이 패전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신중하다. 북한이 한국과 동반자살을 감행하겠다고 나설 경우 발생할 엄청난 피해 때문이다.
일본의 우려도 북한의 도발이 가져올 파급영향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동북아정세의 불안정과 북한정권이 붕괴될 경우 일본에 쏟아질 북한난민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한걸음 나아가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충돌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볼수 있다.
애스핀 국방장관이나 그를 수행했던 미국관리들은 한국방문후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정부도 북한제재로 일어날 파급영향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클린턴정부는 의료보험문제 북미자유무역협정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급급하다. 만약 북한제재조치가 더 큰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문제는 뒷전에 처진다. 그러나 미국은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핵확산금지체제」의 유지를 위해 북한핵사찰문제를 마냥 끌수가 없다. 미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제재조치는 한국 일본 미국이 일단 피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남아있는 방법은 미·북한협상이다. 그러나 2차례의 고위급회담과 수차례의 뉴욕실무급비밀협상을 벌였지만 미국과 북한은 통상사찰만이라도 재개할수 있는 타협안을 합의해내지 못했다. 협상의 교착점은 북한의 핵사찰과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을 묶어 타결하는 일괄협상에 걸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 미국간에도 일괄협상방식에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이미 한국은 핵문제만 해결된다면 미·북한수교를 지원한다는 선언을 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북한의 속마음이다. 북한은 핵카드를 이용하여 적잖은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 왔다. 북한은 핵카드 하나로 한국전쟁후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미수교까지도 얻어낼지 모른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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