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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사 헐값 낙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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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사 헐값 낙찰(사설)

입력
199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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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공사의 낙찰가와 발주청의 예정가 사이에는 어느정도가 합리적인 적정선일까. 공사를 하는 업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아야하는 최저선의 공사비 원가가 분명히 있을것이다. 발주청 또한 규격품의 자재를 쓴 안전한 시설물의 공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정부고시가에 근거해 산출한 합리적인 예정가가 있을것이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공개경쟁 입찰을 한다해도 발주청의 예정가에서 15%정도 낮은 가격이면 최저낙찰가라는게 상식인것으로 우리는 안다.

 그러나 서울시 지하철 2기2단계 공사인 6.7.8호선 61.5 공사발주를 위한 14개 공구의 업자선정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에서 10개공구의 낙찰가가 서울시 예정가의 85%선 이하에서 낙찰되는 비상식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터무니없이 싼 낙찰가를 보노라면 대형공사의 낙찰가가 요지경속이라는 느낌이 든다. 코오롱건설이 낙찰한 청담­논현간 공구의 낙찰가는 예정가의 49.5%, 논현­반포간은 59.4%였다. 동부건설의 신내­차량기지간공구는 45%, 신화건설의 이태원­약수구간은 52%였다. 이밖에도 예정가의 62∼84%선의 헐값낙찰 구간이 6개나 있다.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는 코오롱건설의 경우 낙찰가를 크게 줄일 수 없는 대안입찰방식인데도 터무니 없이 싼 가격으로 응찰한 것을 덤핑입찰로 판정, 회사측에 해명을 요구한 결과 지하철건설실적을 쌓기위한 정책적인 응찰이라며 안전공사를 틀림없이 하겠다는 약속을 회사측으로부터 받아냈다는것이다.

 서울시는 또 나머지 8개공구응찰회사는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턴키베이스)이어서 설계비절약으로 예정가보다 크게 싼 낙찰이 가능했을것이라는 해명이지만, 조달청이 새로이 채택한 「최저가입찰방식」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하철이 시민들의 혈세와 시민들이 갚아야할 부채로 건설되는것이고 보면 공사비를 최대한 절감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렇기때문에 싼값에 공사를 하겠다는 업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손만대에까지 사용할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정도이상으로 공사비를 아끼다가 부실하고 불안전하게 공사가 된다면 그 엄청난 뒤처리를 어떻게 할것인가.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싼 낙찰가가 그저 좋다고 할 수만은 없는것이다.

 실적을 노린 업체들의 무리한 응찰과 경기부진타개를 위해 우선 공사부터 따놓고 나중에 공사비가 모자라면 설계변경으로 더 타내자는 속셈, 그리고 어물쩍하는 부실공사로 공사비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약삭빠른 계산등이 싼 낙찰가의 이면에 숨어있지 않는지를 서울시는 공사착공때부터 철저히 감리감독해야한다. 조달청의 「최저가 입찰방식」도 보완했으면 한다. 지하철을 싼값에 건설하는것은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지하의 대량교통수단으로서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것을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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