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차례 왕래 심씨,등씨와 친분 돈독/6공초 노 대통령이 직접 친서전달 부탁 중국장애인예술단을 인솔해 내한한 중국 최고실력자 등소평의 장남 등박방씨(49·중국잔질인련합 주석)의 행적이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등씨가 한중수교이전 두 나라의 관계 개선에 보이지 않는 다리역할을 한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
장애인구호 및 노인복지의 향상을 위해 수교이전 중국을 수차례 왕래했던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심철호회장(55)은 6공 출범직후 중국으로 건너가 노태우전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등씨에게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심회장은 『87년 12월31일 노전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은 봉투를 들고 중국으로 건너가 당시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던 등박방씨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에 중국이 참가하는등 한중수교 성사까지 두 나라 관계가 화해국면으로 바뀌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87년 12월24일 노전대통령이 중국과의 국교수립을 희망한다고 밝힌 직후에 이루어졌고 또 지난해 8월24일 한중수교를 발표할 당시 외신들이 수교의 배경에는 등소평의 강한 추진력이 작용했다고 보도한 점을 고려할 때 아들 등씨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했음을 가늠케한다.
심회장은 『노전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게 된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을 넘나들었던 나의 활동과 87년 대선당시 노전대통령의 서해안 개발 공약을 뒷받침하며 지지유세를 했던 인연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회장은 『당시는 중국과의 공식적인 관계가 없던 때라 중국에서 상당한 정치적 실력을 가진 등씨와 친분이 있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는 나에게 적임자란 평가가 내려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회장은 친서 전달역을 맡기 일주일전 모정치인의 상가에서 노전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노전대통령은 귀엣말로 『 심회장이 인도적 문제로 중국을 왕래했으니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등씨를 통한 가교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것. 심회장은 이후 청와대로 불려가 노전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친서를 받아 중국에서 등씨에게 전달했는데 그때 등씨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회고했다.
내한한 등씨는 우리측 일정에 잡혀 있지 않았던 심회장과의 만남을 자청, 7일 상오 힐튼호텔에서 오랜만의 해후를 했다.
등씨는 중국장애인예술단과 함께한 이번 내한에서 예술단 공연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자립사업실태를 둘러 보는 한편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만날 예정이다.
지난 4일 입국 직후 이만섭국회의장과 김종필민자당대표를 예방했고 협찬기업인 대우 및 현대그룹관계자들과도 계속 접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중 외교관계 및 경제협력 현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등씨는 또 14일 출국하기전까지 김영삼대통령을 만날 계획인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중의 우호 관계개선을 위해 은밀히 활동해 온 그가 이번 내한을 통해 또 어떤 사업을 추진해나갈지 궁금증을 낳게하고 있다.【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