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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야스히코 일 게이오대 총장(월요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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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야스히코 일 게이오대 총장(월요초대석)

입력
199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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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솔직한 사죄」… 「과거」풀렸으면”/“대학생중심 교육교류 등 확대/양국 이해돕는 터전마련해야”/“독자적 기술개발로 역조개선을”□대담=문창재 기획취재부장

 일본의 명문 사학 게이오(경응)대학 도리이 야스히코(조거태언)총장은 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총리의 한국방문이 양국 국민간의 감정적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희망을 토로했다. 유명한 경제학자로 한국경제발전을 위한 솔직한 조언을 아끼지 않아온 도리이총장은 6일하오 본사와의 회견에서 한일 양국이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주역으로서 긴밀하게 협력해야할 필요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번 방한이 몇번째입니까. 방한목적은 무엇이며, 특별한 감상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몇번째인지 셀수 없을 정도입니다. 수십번이 되겠지요. 목적은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미타카이(삼전회=게이오대학동창회)에 참석해 인사하는 것이고, 이 기회에 서울대 연세대총장과도 교환할 생각이었습니다.

 한국방문감상은 첫째 서울에서 한일양국의 게이오출신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것을 보고 기뻤던 일입니다. 때마침 취임후 첫 외국나들이로 한국을 찾아온 호소카와총리가 양국간의 감정적인 응어리를 풀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며, 경제문제와 전후 여러문제도 아울러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시간에 한일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습니다만 과거사의 청산, 미래지향적 관계구축이란 양국간 현안타결을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라 생각하십니까.

 『과거문제란 어려운것입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2차세계대전 전후의 한일관계에서 일본이 솔직한 사죄를 하지 않은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경제문제예요. 양국 경제인들은 열심히 무역불균형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큰 성과가 없어 이것이 감정문제 정치문제로 발전됐어요. 경제계는 나름대로 애쓰고 있지만 정치·문화·예술·교육등에서는 교류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새로 취임한 한국교통부장관이 교류확대를 위한 일본인 무비자입국제도를 제안했지만 일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냉전후의 아시아 태평양시대에는 한일간의 진정한 동반자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아태지역협력은 한일양국이 주도권을 쥐고 대만과 중국 그리고 여타 아시아국가가 참여해 본격적인 지역교류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은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APEC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만, 한일 양국이 마음을 합쳐 아시아의 이익을 지키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양국간 현안중 경제문제가 가장 큽입니다. 한국의 대일무역적자와 기술이전문제는 1차적으로 한국측의 책임이지만 무역상대로서 일본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과 일본은 경제발전 단계에서 차이가 있다는것을 한국에서도 인식하고 있을 줄 압니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한국에는 3저현상으로 대미 대유럽수출이 급증했습니다. 수출호황은 새로운 투자를 촉발해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역조현상이 일어났어요. 이러한 수입유발역조를 이기려면 한가지라도 자기나라에서 만들수 있는 아이템을 늘려야 합니다. 한국으로부터 수요가 있으니 일본은 수출품을 줄일수가 없습니다.

 이런 역조현상 타개에는 양국 기업간의 협력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일본기술의 한국이전이 있어야 합니다. 공동개발 공동투자의 필요성이 그것입니다. 일본은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일부 일본기업처럼 한국으로부터 빈축을 사는 투자는 지양해야 하지만, 한국도 일본의 직접투자를 어느 선까지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술이전이 가능합니다.

 10년전의 통계라 생각됩니다만 그 당시 산업용 로봇이 일본에 10만대, 미국에 2만대, 한국에 1천대 정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그것이 20만대, 10만대, 1만대의 비율이 될것입니다. 일본기술의 역류현상입니다』

 ―교육문제에 관한 질문입니다만, 지금 일본교육계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세계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선 젊은이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큰 문제입니다. 수학 외국어 역사 외국문화등의 분야에서 꼭 알아야할 지식이 결여돼 있습니다. 입시중심교육의 폐해입니다』

 다음은 모럴의 부재입니다. 선생님과 부모를 존경할줄 몰라요. 세번째는 정신력과 체력부족, 학교설비의 노후화등입니다. 시설투자를 하지 않으니 땅을 살 돈도, 기존시설을 개량할 예산도 없어요. 의학이나 이공학분야에 특히 심한데 각종 교육기재와 설비는 나날이 새로워지지만 대체할 수가 없어요. 기존설비는 나날이 노후화해가구요.

 넷째는 교사의 질 저하입니다. 너무 전문적인 분야의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밸런스 있는 역할에 문제가 있는 교사가 늘어납니다. 사회적인 스테이터스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그것을 방치해두니 지위는 더욱 떨어져 우수한 학생이 교사가 되려하지 않는것입니다.

 91년이후 정부가 대학교과과정 개혁을 위한 교육개혁을 시작했으나 사립학교는 아직 손을 못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입시의 복수지원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단과대학별로 신입생모집 전형을 따로따로 하는데 관리행정상 문제는 없습니까.

 『일본에서는 우리대학 뿐 아니라 대다수의 대학이 학부별로 전형일자를 달리하고 있어 수험생들이 적어도 몇번씩은 지원기회가 있습니다. 관리행정상 큰 폐해는 없습니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불가결하다고 보며, 한번에 한 대학밖에 지원할 수 없다면 수험생들에게 큰 피해가 되는것 아닙니까』

 ―복수지원으로 대학에 우수한 학생을 빼앗긴다는 염려는 없습니까.

 『일부 학생이 더 좋은 평판의 대학을 택하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에는 2백만명의 고교졸업생중 재수생 40만명을 합쳐 매년 80만명정도가 대학진학을 원합니다. 그중 극히 일부가 도쿄대에 갑니다만, 입학정원이 극소수여서 게이오 와세다대학에도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입니다』

 ―기부금입학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학뿐 아니라 모든 사립대학에 기부금입학제도가 있습니다. 대학재정을 수업료에만 의존해야한다면 몇십배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부금제도는 경제계와 졸업생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경제계의 기부금을 받아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는 경영자가 할 일입니다. 졸업생들은 자기의 출신대학을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것이니 또다른 재정보충 루트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도 정치개혁이 큰 과제인것같은데 한일 두나라의 개혁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정치의 개혁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연립정권 탄생과정에서 야당이 된 자민당이 어떻게 커갈것인지, 분열할것인지 알수 없습니다. 7개야당으로 구성된 연합여당도 어떻게 돼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새로운 선거제도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해 성안되는 과정에서 정계재편성이 있겠지요.

 한국의 개혁운동은 낙관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상 이상으로 한국정치와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청소년교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만….

 『대학생을 중심으로한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이오대학이 2년전부터 한국과 공동 조인트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활발하고 솔직한 논의가 큰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 행사에 참여한 일본학생들이 정말 한국을 그렇게 몰랐던가하는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러나 현재와 같은 중학생수학여행은 큰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계속한다면 사전에 치밀한 교육적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나라에 가서 무엇을 보고 배울것인지를 충분히 준비해야 서로의 마음속을 알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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