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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극장(김성우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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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어린이극장(김성우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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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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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26일 계몽아트홀에서는 전국어린이연극 경연대회 금상 수상작의 기념공연이 있었다. 10개 국민학교가 참가해 겨룬끝에 인천 창천국민학교의 「지구도 하나 우리도 하나」가 최고상을 받아 이날 재공연을 했다. 이 작품은 동극부 어린이들이 연극발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연극이 시작된다. 어린이들은 발표할 작품의 주제를 의논해 환경오염에 관한 이야기를 꾸미기로 정한다. 연습이 시작된다. 귀가 셋 달린 토끼, 귀가 하나뿐인 다람쥐, 더듬이가 없는 나비등 환경오염때문에 기형으로 태어난 동물들이 등장해 놀림을 받는다. 오염된 물을 먹고 동물들이 떼죽음을 하자 동물들은 인간에게 분노한다. 한떼의 어린이들이 숲으로 놀이를 와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며 숲을 더럽혀 놓는다. 그중 한 어린이가 잠이 들었다가 꿈에 나타난 무서운 오염물질에 괴롭힘을 당한다. 연극 연습은 배역이 못마땅한 어린이등의 불만으로 한때 중단되지만 결국 화합하여 한편의 연극을 어린이들끼리 완성해낸다는 데서 연극은 끝난다.

 30여명의 어린이가 등장해 노래하고 춤추며 꾸미는 이 동극은 여러가지를 일깨워준다. 우선 그것이 연극교육의 본래 목적이기도 하지만 훈련에 따라서 어린이들의 말과 동작의 표현력이 얼마나 풍부해질수 있는가에 놀란다. 또 어린이들의 연극이 성인극보다 얼마나 사회고발에 호소력이 있는가도 깨닫게된다. 그 어린 꾸중이 어른들의 어떤 목청보다도 날카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극을 함께 만드는 일이 얼마나 유익한 작업인가를 알려준다. 연극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연극으로 보임으로써 집단속의 연대감을 가진 창조적 인간을 기르는데 있어서 연극활동의 의미와 교육적 역할을 인식시킨다.

 극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맡아 지도한 이명분선생은 교단생활 17년의 여교사다. 대학의 국어교육과에 다니면서 연극 클럽활동을 한 경험으로 국민학교 교사가 되어 부임해가는 학교마다 동극부를 만들었다. 그동안 경연대회에서 5회나 수상했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담임을 맡은 4학년의 반이 동극부의 주축이다. 이번 참가 작품연습은 여름방학때부터 시작해 개학후에도 매일 방과후 2시간씩 3개월간 시켰다. 비용은 주최사가 지원하는 1백만원으로 충분했다. 무대장치·의상까지 혼자 힘으로 준비해야 하는것이 고역이었으나 학생들의 열의가 고마워 즐거웠다.

 이교사가 지도하는 창천국민학교 동극반은 작년의 제1회 전국 어린이 연극경연대회에서는 금상을 탔다. 2연패다. 심사위원들의 말로는 이 학교의 동극은 다른 학교와 비교가 안될만큼 워낙 수준이 높아 내년부터는 초청공연으로 참가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대회에 나온 10개 학교중 3개교가 인천소재다. 우연이 아닌것이, 인천에는 각 국민학교 동극 지도교사들의 모임인 교사극회가 10년전에 발족했다. 현재 동극반이 있는 곳이 15개교나 된다. 매년 2회 교사들 자신이 발표회를 갖고 방학때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연극교실을 연다.

 인천교사극회나 이명분교사의 노력은 우리나라 어린이연극운동의 교본이 될것이다.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가 작년부터 마련한 전국어린이연극 경연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동극 잔치로는 유일한것이다. 그 이전에는 아동극협회에서 한동안 개최를 해오다가 중단되었다. 계몽사 주최 대회는 지원금 제도로 장려하는데도 작년 또한 신청 팀이 10개교에 그쳤다. 이것이 가난한 우리 어린이 연극의 실정이다. 각 학교에서의 무관심을 말한다. 왜 어린이 연극이 활성화되어야 하는지는 「지구도 하나 우리도 하나」라는 금상 탄 동극 한편이 다 대변해준다.

 어린이 아닌 성인 연극인에 의한 어린이극 공연단체는 서울에만도 20개이상 있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한국본부는 이 극단들을 상대로 작년부터 매년 서울어린이연극상을 제정하고 우수작을 한 자리에 모아 서울어린이연극제를 연다. 그러나 이 전문극단의 어린이극 관객들은 거의가 단체관람 유치원생들이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연극은 유치원 수준이 되어간다. 학교에서의 연극교육 부재를 학교밖의 극장에서 보충하려는 노력도 허사다.

 우리나라에는 어린이극 전용극장이 하나도 없다. 어린이들이 연극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찾아갈 극장이 없는것이다.

 그러니까 아예 안간다. 어린들을 기다려 연극은 항상 일정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학교 밖에서 눈 뜬 연극을 학교 안으로 가져가게 해야 한다. 전용극장은 그 교육장이다. 전용극장이 있으면 학교의 어린이극들을 가지고 나올수도 있다. 남의 학교 어린이들의 놀라운 연극을 볼때 우리학교 어린이들은 부럽다. 이것이 각학교 연극반의 육성에 기여하게 된다.

 어린이극 전용극장을 아무도 만들 생각을 않는다면 나라가 만들수밖에 없다. 국립어린이극장을 세우는것이다. 어린이극 운동의 센터가 될것이다. 전속의 국립어린이극단도 창설하자. 전국의 각 학교를 순회하며 어린이들에게 연극이 왜 필요한가를 학교대신 가르쳐야 할것이다 【본사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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