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만 배석 “개인적 신뢰쌓기”/사과표현 「오와비」서 진사로 수정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세천)일본총리의 경주 정상회담은 양국의 새정부출범후 첫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얘깃거리를 남겼다. 또 호소카와총리의 방한이 「실무방문」이고 두 정상이 모두 솔직담백한 성격이어서 과거의 정상회담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도 많았다.
○…김대통령과 호소카와총리가 7일상오 숙소인 힐튼호텔 현관앞에서 가진 「옥외공동기자회견」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미국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맞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뒤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경우는 있으나 다른 나라에서도 옥외회견은 흔치 않은 일. 이번 옥외회견의 아이디어는 청와대공보수석실의 작품으로 현장감을 살리고 두 정상간의 격의없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나온것. 당초부터 날씨에 관계없이 옥외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해 김대통령의 승낙을 받았고 일본측도 쾌히 응해 성사됐는데 때마침 이날 회견때는 비가 내렸지만 힐튼호텔 현관에는 테라스가 있어 처음부터 날씨 걱정은 하지않았다는것.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경호실과 의전쪽에서는 다소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직접 사회까지 봐 옥외회견의 현장감을 십분 살렸다.
○…이번 단독정상회담에는 양측에서 통역외에 외무부아주국장만 배석해 외국 정상의 실무방문에 따른 정상회담의 뜻을 한껏 살림으로써 또 하나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경도 한일정상회담때는 실무방문이었지만 양국 외무장관이 배석했었다.
단독회담에 아주국장만 배석하고 확대정상회담에도 외무차관과 보좌진 성격의 수행원들만 배석함으로써 한승주외무장관은 호소카와총리가 6일 김해도착때 공항에 영접나갔다가 상경, 7일 이한때 환송을 위해 다시 김해에 내려왔다.
청와대관계자는『양국정상이 실무자만을 회담에 배석시킨것은 허심탄회한 입장에서 얘기를 나눔으로써 개인적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호소카와총리는 6일 정상회담과 만찬답사에서, 7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과거 침략지배에 대해 「진사한다」는 표현을 사용. 그러나 한때 「오와비」(사과 또는 사죄한다는 일본말)라는 표현을 생각했던듯 기자들에게 배포된 만찬답사에는 처음의 「오와비」를 지우고 「진사」로 고쳐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리측 관계자는 이와관련, 『호소카와총리는 표현 하나하나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또 『김대통령이 호소카와총리의 과거사 인식을 높이 평가한 마당에 과거처럼 글자 하나의 뜻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을것』이라고 해석했다.【경주=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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