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7명 “7인7색”… 한국춤 매력에 흠뻑/“마음가짐 단정해야 제 맛과 멋 낼 수 있죠” 서울성동구행당1동 행당시장안에 있는 행당1동 새마을금고의 15평도 채 되지않는 지하실에는 매주 월·목요일만 되면 3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 구성진 우리가락에 맞춰 살풀이춤등 한국무용을 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이들은 이웃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이거나 행당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시장아주머니들이다. 대부분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었지만 장사를 하다 막 달려온듯 바지를 입은 60줄이 넘어선 할머니도 눈에 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영주씨(52)가 이곳에서 동네아주머니들에게 춤을 가르치기 시작한것은 작년1월부터. 여느 주부들처럼 시내 백화점등의 문화센터등에서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한국무용을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지역 저소득계층의 주부들을 위해 남편이 일하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지하실을 빌려 「동네무용교실」을 열었다.
이씨의 동네교실에는 매주 화요일에는 6명의 주부들이 따로 모여든다. 내젓는 손동작이나 발동작등 춤사위가 동네아줌마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이들은 한국무용을 함께 공부하는 주부모임의 회원들이다. 이씨도 이 무용모임의 회원이다. 이씨를 포함해 7명의 주부들이 모였다고 해서 무지개의 7가지색깔을 한사람씩 각각 가지고있고 무용모임의 이름도 「무지개어머니무용단」이다.
「무지개어머니무용단」이 모이게된것은 86년 여름께 탈춤을 배우기위해 강령탈춤보존회에서 개설한 탈춤교실이 인연이 됐다.
이들이 한국무용을 처음 시작하게 된것은 한국무용을 배워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대부분 40대가 갖는 첫번째 고민중의 하나인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당시만해도 대부분 에어로빅을 배우다 싫증을 느끼거나 몸에 무리를 느껴 한국무용으로 돌아선 경우가 많았다.
강령탈춤교실을 통해 한국무용의 세계에 매료되기 시작한 이들은 교실을 끝내고서도 각각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를 통해 장구춤과 승무 화관무등 한국무용을 함께 배워오다 지난해 9월 정식으로 무용단을 만들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류유희씨(56)는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한번 가락을 타기 시작하면 그렇게 몸이 가벼워질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인경씨(45)는 『겉으로 드러나는 몸동작을 중요시하는 서양춤과는 달리 춤의 내면에 깔린「정신」을 중요시하는 한국춤은 마음가짐부터 단정하게 하지 않고서는 한국춤의 맛과 멋을 낼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춤에 빠져있다보면 마음이 맑아지는것을 느끼게 된다』며 한국춤은 세상살이에 쫓겨 헝클어진 마음을 닦아내는 「깨끗한 물」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박양기씨(49)와 이경애씨(46)의 한국춤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박씨와 이씨는 외동아들과 딸을 아예 중앙대와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도록 이끌었다. 주부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하기도 하는 박씨는 『아들이 한국무용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열심인것을 보면 마음든든하다』고 말했다.
무지개어머니무용단은 92년 경남의령제에 초청을 받고 살풀이와 설장구등 한국춤공연을 벌인것을 비롯, 같은해 11월에는 송파구 구민회관에서 장애인돕기 자선행사도 벌이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10월에는 강원도 철원지역의 전방군부대 위문방문도 했던 무용단은 연말에는 서울근교의 양로원등도 방문할 예정이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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