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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후,말 아닌 실천으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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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후,말 아닌 실천으로(사설)

입력
199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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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는 오랜 한일관계사가 새 전환점에 섰음을 느낀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한일양국이 지나간 시대의 「과거사」를 매듭짓고 공생공영의 미래지향적인 선린우호관계를 재정립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세계사적 진운이요, 요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일본총리가 천년고도인 경주에서 만나 이제까지의 「마주 서 있는 한일관계」에서 다가올 태평양시대를 함께 견인하기 위해 손잡고 뛰는 「동반자적 한일관계」로의 발전기틀을 마련한것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돼야 할 일이다.

 한일양국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돼왔던 과거사문제에 관해 호소카와총리는 「유감과 반성」 「불행했던 과거사」 「통석의 염」등 애매한 말로 일관했던 과거 일본지도자들과는 달리 『참을수 없는 고통을 강요한데 대해 가해자로서 깊이 반성하고 진사한다』고 강도높은 사과를 함으로써 한일관계사 전환의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된다.

 이에대해 김영삼대통령도 『호소카와총리의 과거사에 관한 진지한 말씀은 한일양국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해 나가는데 있어서 새로운 출발점이 될것』이라고 높이평가했다. 말로써 끝난것이 아니라 양국지도자간의 신뢰관계로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와같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일양국정상은 무역불균형의 시정과 기술이전문제등을 해결하기 위한 「한일 신경제협력기구」를 구성키로 하는 한편, 북한핵에 대한 공동대응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협조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는 두 나라가 구원을 딛고 성숙한 관계로 한걸음 더 나아갈수 있는 지평을 연것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다짐하고 싶은것은 침략전쟁에 대한 총리의 진사에는 정확한 진상조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저지른 태평양전쟁에 총알받이로 끌려가 속절없이 희생된 식민지젊은이들의 숫자가 얼마란 말인가. 도대체 몇명이 죽음을 당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1백50만명이라고도 하고 2백만명이라고도 한다.

 호소카와정권이 진정한 뜻에서 성숙한 한일동반자 관계를 이룩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침략전쟁에서 저질러진 만행과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으로부터 받은 역사적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치유되는것도, 가해자의 정중한 진사만으로 잊혀지는것도 아니다. 상처를 아물게하고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성실한 우호협력에 바탕을 둔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수적이다.

 이런점에서 이번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일신경제협력기구」의 설치는 앞으로 일본의 대한수입확대와 대한 투자확대등을 통한 무역불균형의 해소에 크게 기여할것이라 기대된다. 아울러 청와대와 일본총리관저와의 핫라인의 설치는 협력과 신뢰관계를 한층 두텁게하는 매개로서 의미가 있다.

 이제 한일 두나라의 미래지향적인 선린우호협력을 위해 필요한것은 말만이 아닌 행동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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