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의 고음기교·감정처리 일품/노래·연기·무대 3박자 모두 훌륭 5일 하오10시30분 예술의전당 서울오페라극장은 뜨거운 환호로 가득찼다. 7시30분부터 무려 3시간동안 계속된 한국오페라단의 「루치아」공연을 꼼짝않고 지켜본 청중은 청아한 목소리와 화려한 연기로 비극의 여인 루치아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프리마돈나 신영옥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치아」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와 아름다운 음이 요구되는 이탈리아 벨칸토오페라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두 가문의 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비련이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딱 알맞다.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도니제티의 선율을 느낄 수 있는 빼어난 아리아곡들이 작품 전편에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아리아는 「사랑의 2중창」(1막), 「6중창」(2막), 「광란의 아리아」(3장)등 3곡이다.
이날 신영옥씨는 고난도의 높은 음의 기교와 복잡한 내면감정이 요구되는 루치아역을 무난히 소화해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무대를 이끌어 갔다.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좌절하는 여인의 감정이 그의 맑고 섬세한 목소리에 담겨서 슬픔의 감정이 더욱 설득력있게 객석에 전달됐다. 또 손놀림 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쓰는 그의 세심한 무대연기는 그동안 오페라무대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날 무대의 압권은 3장에서 신영옥씨 혼자서 20분동안 불렀던 「광란의 아리아」였다. 다른 남자와 강요된 결혼식을 치른 루치아가 결혼 첫날밤, 절망감에 빠져 남편을 칼로 찌른 후 미쳐버린 상황에서 부르는 이 노래에서 그의 목소리는 처절한 공포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깊은 울림을 지니고 울려 펴져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무대에서 음산한 비극의 분위기를 잘 살린 효과적인 조명과 무대장치, 주인공 이외의 군중 신을 생동감 넘치게 처리한 연출도 돋보였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이날 루치아 공연은 성공적이다. 오페라를 이루는 세 기둥인 노래·연기·무대가 공연을 튼튼하게 받쳐 줬다. 그러나 2막에서의 아리아 「6중창」은 응집력 있는 앙상블이 모자라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했다. 그러나 『신영옥씨는 이제 기교에 있어선 원숙한 경지에 올랐다. 남은 것은모든 역을 폭넓게 소화해낼 수 있는 음악적 깊이를 쌓는것이다』고 깊은 기대와 충고를 함께 했다.【박천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