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특히 여야의 중진들은 체통을 지켜야한다. 주한미대사관의 하위급외교관이 부르면 너도나도 몰려가 식사하고 얘기하는것은 창피한 일 아닌가』 1960년대 후반인 7대국회시절, 공화당국회의원이던 차지철의 이같은 지적은 정계의 화제가 됐었다. ◆당시 여야누구든 제1의 맹방인 미국을 비판한다는것은 감히 엄두도 낼 수없는 형편이어서 차의 한마디는 파격적이었다. 차의 지적은 옳은 얘기였다. 건국이래 한미간의 특별한 관계로 미대사관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대·공사는 물론 정치담당2·3등서기관까지도 여야중진을 수시로 만날수 있었고 중진들도 면담연락만오면 기꺼이 응했으며 부임·이임때는 환영·송별연을 열어줄정도로 과공과례했다. 하기야 50년대 미대사·공사가 정무협의차 귀국, 귀임할때에는 장관·국회의원들이 대거 공항에 나가 송영했던 일도 있었다. ◆국내유력인사들이 5일저녁 제임스 레이니 신임미대사를 환영하는 대규모 리셉션을 열려다 여론의 빈축을 산 끝에 조촐한 모임으로 축소됐다는 소식이다. 레이니대사가 총장으로있던 에모리대출신들이 중심이된 이모임은 당초 총리, 장·차관, 국회의원, 대법관이상 전원과 대학총장, 재벌그룹총수등 소위 한국을 움직이는 7백여명에게 초청장을 냈으나 『미국이 한국의 최우방국이라해도 특정대사의 환영행사로는 지나친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2백여명만이 참석했다는 것. ◆이날 리셉션은 국내각계의 지인들이 주선한것이므로 레이니대사의 의사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지인들의 우정은 이해하나, 국제적 외교관례에 따라 신임대사가 국내 요로에 대한 순방인사를 마친후에 환영행사를 열었어야했다. 지인들이 중심이된 모임인데도 3부요인 전원에 초청장을 보낸것은 지나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사대적저자세」가 아니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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