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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비속 다비준비…“하늘도 애도”/성철큰스님의 일생­해인사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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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비속 다비준비…“하늘도 애도”/성철큰스님의 일생­해인사 표정

입력
199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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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등 생전일화·법어 회고 큰뜻 기려/전교조 “동국대는 상중” 대회장소 긴급변경 성철큰스님의 입적 사흘째인 6일 해인사에서는 수제자인 해인사총무 원택스님과 송광사 법정스님등이 둘러앉아 큰스님 생전의 일화와 추억을 주고받으며 이제 가까이 접할 수 없게 된 선지식을 아쉬워했다.

 원택스님에 의하면 성철스님은 게으른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3년동안 큰스님의 방을 청소하는 동안 꾸중듣지 않은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원택스님은 큰스님이 5개국어에 능통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다소 과장된 내용이라고 소개하고 『그러나 스님이 남기신 노트에는 「색즉시공(색즉시공)」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E=MC²」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하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엄하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했으나 실제로는 아주 인정 많으신 분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백련암에 찾아올 때마다 선물받은 다를 그대로 주시고 노자도 두둑히 주셨다』고 큰스님의 인간적인 면을 소개했다.

 국제연등불교회관 해외포교단의 원명스님도 『큰스님은 보통 참선 이외의 다른 수행은 싫어하는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남방불교를 배우기 위해 내가 스리랑카로 4년간 공부를 하러 떠날 때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시작할 때도 적극 후원해주셨다』고 술회했다.

 해인사선원장 원융스님에 의하면 성철스님은 한번 몸에 걸친 누더기를 50년간 기워서 입은것에서 알 수 있듯 평생을 수행승으로 살았다. 그가 수행승으로 남긴 오계는 ▲잠 많이 자지 말라 ▲말 많이 하지 말라 ▲간식을 먹지 말라 ▲책 보지 말라(참선인에게는 비상과 같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등이었다.

 이에 대해 법정스님은 『내가 아는한 스님은 20세기 출가스님중 책을 가장 많이 읽으신 분이었다』며 『그분께서 책을 읽지 말라고 한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고 부언했다. 책속에 묻히지 말고 책밖의 책을 읽으며 참선에 정진하도록 일깨운 법어라는 뜻이다.

○만장제작 바쁜 일손

 ○…가야산 일대에는 6일 이른 아침부터 싸늘한 늦가을비가 내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하늘도 한 시대의 정신적 지주를 잃은 슬픔을 애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해인사신도회를 중심으로 한 불자들은 만장을 제작하느라 바쁜 일손을 움직였고 범종각 앞에서는 수십명의 목공이 빗속에 요란한 망칫소리를 내며 영결식단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밤샘작업끝에 길이 11·5, 높이 4의 연단은 거의 완성됐으며 다비장인 연화대에서는 목관이 들어갈 틀을 만들고 청화당에서는 많은 비구승들이 다비장에 붙일 연잎 말기에 바빴다.

○조화·조전 잇달아

○…궁현당분향소에는 이만섭국회의장, 이회창감사원장, 한완상부총리겸 통일원장관등 각계에서 보내온 1백여개의 조화가 뜰을 가득 메우고 있고 1백50여통의 조전이 답지했다. 주말을 맞아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져 상오에만도 2천5백여명이 분향했는데 장의위원회는 이날 문상객이 8천여명은 될것으로 보고 있다.

○단국대 체육관으로

 ○…7일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던 전교조도 성철스님의 입적을 감안해 6일 밤 대회장소를 단국대 체육관으로 긴급변경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총학생회를 통해 학교측과 장소사용을 협의했으나 동국대가 불교계 학교로 성철스님이 입적해 상중인 상태라는 입장을 알려와 황급히 대회장소를 단국대로 바꾸고 밤새 지방에 장소변경을 통보하느라 부산을 떨었다』고 말했다.【해인사=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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