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얘기없다” 확대회담은 생략/“귀빈올때 눈·비온다”에 “비온뒤 땅굳어져”화답/가요코여사 “비내리는 경주 너무나 아름답다” 한일양국에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6일 대좌한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는 1박2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정상회담과 공식만찬 및 조찬, 그리고 경주시내관광등을 통해 양국간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두 정상간의 개인적 유대관계를 다진다.
▷단독 정상회담◁ 이날 하오4시30분부터 시작된 김대통령과 호소카와총리의 단독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25분이 많은 2시간 25분동안 진행돼 솔직한 성격의 두 정상이 의기가 투합했음을 과시.
이날 회담이 끝난뒤 회담결과를 발표한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은 『두 정상의 성격이 비슷해 이런저런 얘기를 솔직히 얘기하다보니 단독정상회담이 2시간25분동안이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회담장소와 관련, 일본이 당초 제3의 장소를 제의한데 대해 『경주는 천년의 고도로서 오랫동안 나라를 유지할수있는 수도였고 3국을 통일한 승자의 도시인 만큼 호소카와도 일본총리로서 오랫동안 총리를 계속해 나가면서 개혁에 성공하는 승자가 되라는 뜻에서 경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유병우외무부아주국장이 전했다.
호소카와총리는 단독회담이 끝날무렵 『한일양국은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인식이 있었고 「한일신시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등 말로는 여러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말이나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대통령을 만난것을 기회로 앞으로 양국은 자연스럽고 솔직하고 마음 가볍게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엇이든 의논할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인 관계 심화를 희망.
호소카와총리는 특히 『오늘 김대통령을 만나고 보니 김대통령하고는 얼마든지 그런 관계가 구축되리라고 확신을 얻었다』면서 『특별히 이번에 초청을 해줘 감사하다』고 인사.
한편 이날 단독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보다 1시간25분이나 길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확대정상회담을 생략하고 양국정상이 배석자만 소개하고 10분만에 종료.
김대통령은 배석자 소개가 끝나자 호소카와총리와 악수를 하며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후 단독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진것을 의식, 『여기서는 얘기할것이 없다』고 조크, 배석자들은 폭소.
▷공식만찬◁ 김대통령내외는 정상회담이 끝난뒤 힐튼호텔 다빈치룸에서 호소카와총리 내외를 위한 만찬을 주최.
호소카와총리 내외를 위한 공식만찬은 단독회담이 길어짐에 따라 순연돼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
양국정상 내외는 하오7시30분 만찬장인 다빈치룸에 함께 입장, 우리측 10명, 일본측 9명등 배석자들을 접견했다.
만찬배석은 확대정상회담 배석자외에 우리측의 경우 박관용비서실장 최동석의전장 공로명주일대사 부인등도 참석.
우리 정부는 양국정상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좌석을 나란히 배치하고 그곁에 상대국 영부인이 앉도록 했는데 당초계획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게 돼있었다.
만찬장에 환한 얼굴로 입장한 양국정상은 정상회담이 원만히 진행됐음을 암시하듯 식사를 하기전에도 웃음속에 대화를 계속.
이날 만찬은 김영삼대통령의 건배제의와 건배사에 이어 호소카와총리의 답사 및 건배순으로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여러분을 신라왕조 천년 역사가 숨쉬는 고도 경주에 모시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오늘 회담은 우리 두 나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매우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회담성과를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우리 두나라는 올해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으며 다함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우리 두 나라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더없이 좋은 계기를 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나는 일본의 역대 총리중에서 가장 높은 국민적 지지와 신망을 받고 계신 호소카와 총리에게 개혁의 동지로서 깊은 존경과 신뢰를 느낀다』면서 같은 개혁주체자로서 동지의식을 표시.
김대통령은 이어 『우리 두 나라는 새로운 운명, 새로운 국제질서가 탄생하는 이 시기에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서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역설.
▷환영행사◁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 일본 총리는 이날 하오 정상회담장 겸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 현관에서 만나 첫 인사를 교환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낮 12시5분 힐튼호텔에 먼저 도착해 8층 숙소에서 수행원들과 회담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일본총리 일행의 도착 예정시각 5분전께 1층 로비로 내려와 호소카와총리를 태운 승용차가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현관 앞으로 걸어나가 호소카와총리를 영접했다.
김대통령은 외빈용 캐딜락승용차에서 내리는 호소카와총리와 반갑게 악수하며『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호소카와총리도『반갑습니다』라고 답례하고 손여사와도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뒤 부인 가요코(가대자)여사를 김대통령 내외에게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호소카와총리를 안내해 호텔 1층 로비에 마련된 기념촬영장소로 걸어들어가 양국정상내외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양국 정상은 기념촬영도중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다시 악수를 하며 서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김대통령은 사진기자들에게 『사진을 잘 찍어 잘 내달라』고 가볍게 농담.
김대통령은 이어 『어제까지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 비가오고 있다』며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반가운 사람이나 귀한 손님이 오면 비나 눈이 온다』고 인사.
이에 호소카와총리는 『비온후에 땅이 굳어진다는 한국말이 있듯이 일한관계도 그렇게 새로운 관계로 발전됐으면 좋겠다』고 화답.
▷영부인 환담◁ 대통령부인 손명순여사와 호소카와 총리부인 가요코여사는 단독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숙소겸 회담장인 힐튼호텔 8층 에스페로 스위트룸에서 30여분간 별도환담했다.
손여사는 가요코여사에게 『반갑습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넸고 가요코여사는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답례.
이어 손여사가 『내외분의 방한을 축하합니다. (비가 와서)도착이 지연된것 같습니다』라고 얘기를 이어나가자 가요코여사는 『비내리는 경주가 너무 아름답다』고 고도에 대한 첫인상을 피력.
손여사와 가요코여사는 각각 연회색과 연분홍색 투피스차림이었는데 이날 환담에는양국주재대사부인이 배석했다.
환담을 마친 양국 대통령부인들은 경주시내에 있는 무의탁 일본인부인 보호시설 「나자레원」을 한시간동안 방문했다.
김롱성이사장과 송미호상무의 영접을 받은 퍼스트레이디들은 1백여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면서 이국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위로.
손여사와 가요코여사가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떠나려 하자 할머니들은 작별을 섭섭해 하며 아리랑을 불렀는데 가요코여사는 아리랑 1절을 막힘없이 따라 부르기도.
▷김해공항 도착◁ 이에앞서 호소카와 일본총리는 이날 하오 2시 40분께 일본 정부 특별기인 항공자위대 보잉 747기 편으로 김해공항 공군부대 주기장에 도착,시종 여유있는 모습으로 영접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외무부 최동진의전장의 기내영접을 받으며 트랩을 내려선 호소카와총리내외는 최의전장의 소개로 한승주외무부장관내외, 정문화부산시장내외등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뒤 하오 2시50분께 정부가 마련한 의전용 외빈 101호 차량에 탑승,곧바로 회담장인 경주로 향했다.
호소카와 총리일행은 공식수행원 9명, 비공식 수행원 20명, 수행기자 41명등 모두 95명.
이날 김해공항에는 상오부터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잔뜩 끼어 외무부관계자들과 공항보안담당자들은 특별기가 아무 사고 없이 내릴 수 있을지 걱정하며 한때 전전긍긍.
공군과 공항측은 일기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고 항공기 이착륙상태를 확인했으며 경주행 헬기를 준비했던 외무부측은 공군헬기인 HH 60과 의전용 승용차,관광버스등 항공 및 육상교통편을 모두 준비했다.
그러나 호소카와 총리일행은 경주에 채 못미친 서울 기점 3백60 지점서 총리가 탄 외빈 101호 캐딜락승용차가 고장.
4분간 지체된후 101호 차를 뒤따라 오던 외빈 103호로 옮겨타고 다시 출발하여 숙소인 힐튼호텔에 4시 10분께 도착했다.【경주=최규식·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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