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CNN TV토론… 전세계 생중계 창과 방패, 독설과 뚝심. 앨 고어미부통령과 텍사스 백만장자 로스 페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생사를 가름할 한판 입씨름에 나선다.
향후 15년간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간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자유무역지대를 창설코자 하는 NAFTA에는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몽땅 투자돼있다.
때문에 클린턴은 지미 카터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과 전직 국무장관·상무장관, 노벨상수상 경제학자들을 총동원해 NAFTA비준을 위한 홍보활동을 해왔다. 미국인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콜린 파월전합참의장은 백악관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가두캠페인까지 하고있다.
그러는 사이 NAFTA에 대한 하원표결이 17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도 40여표가 모자란다. 의원들을 상대로 총력 로비전을 펼쳤으나 건진게 별로 없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고어부통령이 선봉을 자원했다. 상대는 NAFTA 반대운동의 핵심 페로.
고어는 적진의 장수를 정면으로 치는 정공법을 택했다. 페로라면 말로 먹고사는 정치판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설가. 페로에게 NAFTA를 욕하는 공개연단을 마련해 주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고어도 뻔히 알았을 터다. 그러나 뭔가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고선 NAFTA통과가 힘들다고 판단하게 됐다.
별 아쉬울것 없는 페로는 한껏 생색을 낸뒤 상대방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TV토론제의를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려는 마지막 몸부림』『촌뜨기 골목대장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조롱했다.
페로는 『NAFTA는 몇몇 이익집단이 날조해낸 허섭스레기다』 『NAFTA가 비준되면 인건비가 싼 멕시코노동자들에게 밀려 5백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다』 며 완강하다.
이에대해 고어는 『NAFTA가 통과되면 더 많은 상품을 더 많은 지역에 수출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부결되면 일본이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결과적으로 멕시코의 뒷문을 통해 일본상품이 대거 수입된다』고 응수한다. 토론내용은 이처럼 뻔하다. 관심은 오히려 이들의 말싸움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까에 있다.
페로는 직설적이고 쏘는듯한 말투를 구사한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되받아치는데 명수다. 상대방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면서 말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고어는 다소 뻣뻣하고 딱딱하다. 그러나 세세한 항목까지 짚어가며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집어내는 재능이 있다. 무엇보다 묵직한 힘이 있다.
NAFTA의 운명은 9일밤 9시(한국시간 10일 상오11시) CNN TV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될 「래리 킹 라이브」토크쇼에서 결판이 나게 됐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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