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명 1만평공장 1년 가동에/한 1,173만·대만 626만불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땅값 금리 임금등 생산3대요소의 「고비용구조」에 있다는 사실은 한 가지 사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한국의 남동공단, 일본 센다이공단, 대만 민웅공단에 똑같은 규모(부지1만평 종업원 2백명 가정)로 똑같은 시설(기계류등 1천만달러어치)의 공장을 지어 1년동안 가동했을 때 각각 그 비용이 어떻게 되고 거기서 나온 제품의 경쟁력이 어떻게 되는가를 비교해보면 간명하게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우선 땅값의 경우 한국은 6백86만4천달러(㎡당 2백8달러)가 들고 일본과 대만은 각각 4백15만8천달러(〃1백26달러), 2백80만5천달러(〃85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기업은 공장용토지를 구입하는 단계에서 부터 벌써 일본보다 2백70만6천달러, 대만보다 4백50만9천달러를 더 부담하고 들어가야 한다. 출발부터 원가구조가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금리의 경우도 부지구입비와 시설자금에 대한 것만 따져도 연간 금융비용(92년실세금리기준)이 한국은 2백41만2천달러(14.3%)로 단연 압도적이다. 일본과 대만의 금융비용은 각각 65만1천달러(4.6%), 87만1천달러(6.8%)에 불과하다.
연간 인건비는 일본이 6백98만9천달러(92년 월평균제조업임금 2천9백12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 2백45만5천달러(1천23달러), 대만 2백58만7천달러(1천78달러)다. 일본은 임금이 우리보다 3배가량 높지만 땅값과 금융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에 경쟁력 부담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 대만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규모, 같은 시설의 공장을 짓는데 이처럼 차이가 많아 출발부터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뒤지게 돼있다. 땅값 금리 인건비등 생산의 기본요소비용에서 원천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런데도 의식개혁이다 생산성제고다 기업인들의 투자결의 대회다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애를 쓰고 있으니 경쟁력구조가 개선될리가 없는 것이다.
조용희공인회계사(삼덕회계법인)는 『부지를 새로 구입하여 시설투자를 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력있는 생산원가를 맞출 수 없는 상태』라며 『부지구입비와 인건비도 결국은 자금문제에 연결되기 때문에 「비용3고」가운데서도 특히 고금리가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PC(개인용컴퓨터)업계의 참담한 실상은 추락하는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실감나게 잘 보여주고 있다. 기술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대만산 PC의 소비자가격은 우리 국내시장에서 국산보다 싸다. 기술수준이 높은 미국산도 우리보다 싸다. 해상운송비와 수입관세등 각종 수입비용을 부담하고서도 국내에서의 소비자가격이 국산보다 낮을 정도이니 국산PC의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은지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국산「쏘나타」생산원가도 캐나다에서 현지 생산하는 캐나다산보다도 더 비싸다. 현대그룹관계자는 『캐나다의 임금수준이 우리보다 높기는 하지만 땅값과 금리가 워낙 싸기 때문에 전체적인 생산원가에 있어서는 캐나다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고비용구조」는 기술개발단가도 상승시킨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자업체와 일본 전자업체가 동일한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1년동안 각각 1백만달러씩 같은 돈을 들였다 하더라도 우리업체의 실질적인 기술개발비용은 일본보다 9만7천달러(금리차이)가 더 든다. 금융비용 때문이다.
박중구박사(산업연구원)는 『고비용에 따른 가격경쟁력약화가 전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품목은 국내시장에서조차 외국산에 밀리고 있다』며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의 가격경쟁력약화는 이미 회복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축적된 기술 없이 갑자기 품질을 높일 수도 없고 금융비용부담 때문에 기술개발을 새로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철벽같은 「고비용구조」로 사방이 꽉 둘러 막혀 출구가 없는 상태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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