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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호랑이와 「평양 고슴도치」/김수종뉴욕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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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호랑이와 「평양 고슴도치」/김수종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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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을때의 일이다. 이제 남한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북한외교관이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은 호랑이고 우리나라(북한)는 고슴도치이다. 호랑이가 아무리 힘이 세도 고슴도치를 결코 잡아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됐던 상황을 보자면 이 북한외교관의 비유가 새삼스러워진다.

 북한은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가 나온다면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갓 출발한 한국의 새정부는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며 미국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할 강경대응을 자제하도록 요구했다. 갓 출발한 클린턴정부도 북한핵문제로 국내정책이 헝클어지는것을 원치않았다.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의 협조도 애매모호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통한 핵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다.

 미국은 뉴욕과 제네바에서 북한과 두차례 고위급회담을 가졌고 최근 뉴욕에서는 실무급 비밀회담을 몇차례 열었다. 미국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내정불간섭」과 「무력위협배제」 「사찰을 위한 대화」 「팀스피리트훈련중지」 「북한원자로의 경수로대체」 「관계개선대화」등 선물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문제해결의 1단계인 통상사찰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1일 유엔총회는 1백40대1로 북한에 핵사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고아가 되어버린 북한은 그래도 문제해결은 미·북한대화뿐이라며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있다. 남북접촉도 끊어버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제 미국은 선사찰 후관계개선대화의 조건을 완화하고 사찰과 관계개선대화를 동시에 타결하는 일괄처리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것이다.

 북한은 클린턴대통령의 약점을 한껏 악용하는것이 아닐까. 국가로서의 행색도 할 수 없는 소말리아에서 한 군벌의 도전에 아우성치는 미국을 보고 북한은 자신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핵문제의 딜레마로 자꾸자꾸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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