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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없는 입공방」 검찰 판정승/박철언 의원 2년선고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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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없는 입공방」 검찰 판정승/박철언 의원 2년선고 의미

입력
199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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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정씨형제 등 진술 신빙성 인정/구형량의 절반안돼 항소심 추이 주목 법원이 5일 국민당의원 박철언피고인(51)에게 징역2년을 선고함으로써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일련의 사정수사에서 최대관심을 모았던 박피고인 알선수재사건의 1심사법처리 절차가 마무리됐다.

 변호인측이 표적수사·조작수사라고 주장했던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이 검찰수사의 임의성과 슬롯머신업자 정덕진·덕일씨 형제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의 법정공방 제1라운드에선 검찰이 승리한 것이다.

 이번 사건공판은 「심증은 가되 물증은 없는」 공소사실을 놓고 『돈을 주었다』는 정씨형제측과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박피고인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돼왔던만큼 재판부가 어느 쪽의 진술을 믿느냐가 유·무죄 판단의 관건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의 핵심은 증거의 유무가 아니라 진술에 대한 신빙성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전제아래 지금까지의 심리를 통해『정덕일씨와 홍성애씨(43)등의 진술에 조작이나 허위사실 개입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정덕진씨가 5월12일 검찰수사에서 『동생이 세무조사 무마비조로 박의원에게 돈을 주었다』고 한 최초 진술이 ▲덕일씨가 돈을 줄 때의 정황 ▲홍성애씨의 목격담▲전희전관광호텔상무 이부영씨등의 자금조성경위등에 관한 진술및 90년 10월께의 세무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객관적 정황등과 일치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박피고인측 주장에 대해서는 ▲홍씨를 알게 되고 평창동 홍씨집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여러차례 엇갈리고 ▲당시의 정계실력자가 일개 슬롯머신업자와 만나 의례적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는 진술이 믿기 어렵다며  배척됐다.그러나 법원은 박피고인에게 구형량의 절반에 못미치는 2년을 선고함으로써 최소한 징역4년이 선고될것으로 기대했던 검찰에 완벽한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이에따라 검찰과 박피고인측의 항소심 소송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앞으로의 관심거리가 될것 같다.【김승일기자】

◎가족 등 1백여명만 방청… 법정소란은 없어/담당판사 “이건개씨 형량과 형평 고려했다”

 ○…박철언피고인의 선고공판은 그동안 7차례 공판때마다 3백∼4백여명의 방청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소란을 빚은것과는 달리 박피고인의 가족과 비서진 취재진등 1백여명만이 공판을 지켜봐 썰렁한 느낌마저 주었다.

 공판이 열린 서울형사지법 417호 법정주변에는 법정소란자를 엄단하겠다는 법원의 강경한 의지에 따라 무술경찰관  4백여명이 배치됐다.

 ○…박피고인은 이날 여느때와는 달리 다소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입정, 시종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박피고인은 한동안 묵묵히 재판장을 응시하기만 했을 뿐 특별한 감정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박피고인의 부인 현경자씨(47)는 선고순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애써 격정을 누르려는듯 했다.현씨는 『사법부독립을 믿었는데 실망스럽다』며 『2심에서 무죄가 증명될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고량이 예상보다 낮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징역1년6월이 선고된 이건개전대전고검장, 엄삼탁전병무청장등과의 형평을 지나치게 고려한 탓일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변호인측은 유죄판결에 반발하면서도 형량이 예상보다 낮은것에 대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것으로 자평하는듯한 반응이었다.

 김병남변호사는 『형량이 통상보다 낮은것은 재판부가 수사상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판단했음을 입증한다』며 『항소심에서 반드시 무죄판결을 이끌어 내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선고에 앞서 밤잠을 설친듯 다소 꺼칠한 안색의 재판장 김희태판사는 공판과정에서 느꼈던 감회와 입장을 16절지 2쪽 분량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김판사는 『기소전부터 언론의 집중보도로 사건의 핵심부분이 노출돼  가능한한 백지상태에서 출발, 제시된 증거만을 토대로 실체에 접근하려 했다』고 밝혔다.

 ○…김판사는 또 『징역 3∼4년이 선고될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의식한듯『통상처럼 5년구형에 3∼4년선고는 너무 도식적이고 형량도 무거워 정치보복의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정씨형제의 돈을 받은 이건개전대전고검장이 징역1년6월을 받은것과 형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피고인이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은 점과 법정소란을 유발한 점을 양형사유로 든것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는것을 의미한다』고 밝혀 집행유예도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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