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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의 경주회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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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의 경주회담(사설)

입력
199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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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8월 비자민 연립정권으로 출범한 일본정부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가 11월의 첫주말을 택해 오늘 하오 한국을 실무방문, 김영삼대통령과 두차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다. 과거 몇차례 있었던 양국정상회담과는 달리 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양국의 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돼왔던 「과거사」에 대해 깨끗한 매듭을 짓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호소카와총리의 방한으로 이루어지는 한일정상회담에 이처럼 기대를 거는것은 32년만에 탄생한 문민정부의 김영삼대통령과 38년동안의 자민당일당지배체제를 무너뜨린 호소카와총리가 다같이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개혁주의자라는 점에서 한일관계도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모색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호소카와 총리는 역대 일본총리들과는 달리 과거청산문제에 대해 『제2차대전은 침략전쟁이었으며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비교적 명확하고 알기쉬운 말로 사과하는 정치인이다. 그뿐아니라 그는 비자민연립정권의 운명이 걸린 정치개혁법안의 연내처리등 국내정국이 어려운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총리취임 첫 외국나들이로 한국을 선택, 새로운 한일관계정립을 위한 진지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광복된지 반세기가 가깝도록 아직도 한일협력의 걸림돌로 과거 청산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갖는다. 우리가 일본에 원하는것은 「한때 불행했던 과거사에 대한 유감」이나 알듯 모를듯한 「통석의 염」따위의 사과발언이 결코 아닐것이다. 그보다는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했을때 희생자들의 묘지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던것과 같은, 그런 참회의 진실을 보고싶은것인지 모른다.

 마침 강원롱·김태길·박홍·장을병씨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5일 성명서를 발표, 『일제는 6백만명이나 되는 한국민을 싸움터와 노역장으로 끌고가 2백만명이상의 희생자를 냈다』고 지적하면서 한일양국의 진정한 우호협력은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반성위에서 비로소 성립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양국정상이 무릎을 맞대고 가장 먼저 매듭지어야할 현안이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과거사 청산문제가 한일우호협력에 걸림돌이 되지않도록 해야하는것이다. 그런 바탕위에서 무역불균형과 기술이전문제등 양국간의 실질문제와 북한의 핵문제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논의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개인간에도 그렇지만 국가간에는 언제나 많은 현안이 있게 마련이다. 결코 쉽지않은 이런 현안들이 복잡한 의전절차를 생략한 정상외교를 통해 그때그때 해결될 수 있다면 가까이 있는 두 나라로서는 그보다 더 바람직한 관계가 있지 않을것이다. 호소카와총리의 경주방문이 한일두나라 사이에 실무방문형태의 정상외교를 정착시켜, 새로운 한일우호협력의 진정한 도약대가 됐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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