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예산타령… 보신주의 만연/인력 효율적 배분·활용 앞서야/“전체적 병리현상” 사회분위기 전환노력 병행을 현재의 민생치안부재는 1차적으로 우리 경찰의 체질개선을,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분위기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인력 장비 예산타령은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현재수준으로도 민생치안의 확보는 가능하다』-서울경찰청의 베테랑수사간부 한 사람의 말은 바로 경찰력을 구성하는 이 3대요소의 효율적 배분과 활용 및 경찰내부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수준의 민생치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찰청이 1백80일작전에 대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경찰인력·장비보강을 꼽은 응답자들은 14.9%로 다섯번째에 불과했다.
『대형사건발생은 아직도 보고조차 제대로 안된다. 상황실근무를 해보면 발생보고는 단순폭력사건으로 했다가 잡으면 강도사건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서울 일선경찰서 한 과장의 말이다. 일시적 책임모면을 위한 경찰의 보신·무사안일주의는 민생치안의 첫 걸림돌이다.
최근 일련의 강력사건에 대해 『새정부 들어 경찰조직 동요에 따른 일시적 기강해이, 근무의욕상실 때문』이라며 오히려 이를 문제삼는 언론에 대해 사회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비난하는 경찰상층부의 태도는 책임회피식의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이후 전국의 2백83개 폭력조직의 구성원 1천4백5명중 1천2백68명이 검거돼 대부분의 조직이 와해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자체통계로도 올들어 지난8월까지만 이들 와해된 폭력조직원 일부가 재규합, 폭력을 일으킨 사건이 9건이나 된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5일 한국일보사에 전화를 걸어 『통상 1개 경찰서에 현장수사등을 위한 업무용 차량은 12대정도 지급되지만 8개과 과장(경정급-사무관)들이 개인용으로 전용하고 있다. 치안보조가 주업무인 의경을 운전요원으로 마구 차출해 서울시내 의경중 3백여명, 전국적으로는 3만2천여명중 7.8%수준인 2천5백여명이 과장운전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월 비리방지를 목적으로 교통등 대민관련부서직원의 대이동을 실시했다가 교통사고조사에 관한 진정이 37.5%나 급증하자 사고조사요원들의 이동을 억제하고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인력의 주먹구구식 배치는 수사경찰도 마찬가지이다. 15만 경찰력중 수사경찰은 10%내외에 불과해 전국의 수사경찰 1인당 주민수가 5천2백77명이나 된다.
최근의 민생치안부재가 경찰조직 문제에만 탓을 돌릴 수 없는 사회병리의 표출이라는 시각도 정부와 국민들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갤럽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지수치안과 체감치안간에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32.4%가 사회불안분위기를 꼽았다. 인구10만명당 강력범죄발생은 미국이 3백7.6건 이탈리아가 71.8건 일본이 3.6건인데 비해 한국은 22.2건으로 사회의 안정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정부 출범이전과 비교해 현재의 치안상태가 나아졌다고 평가하는 국민들은 37.6%(갤럽조사)뿐이라는 냉정한 인식이 문민시대 민생치안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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