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자 종합상사들의 비상작전이 재개됐다. 영업담당자들은 물론 사장단들까지 수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해외현장에서 수출독려에 나서고 있다. 남은 1개월여동안 연초에 정한 종합상사의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서다. 각 상사마다 수출목표를 상향조정, 하루하루 수출실적을 점검하는가 하면 중소무역업체의 수출실적을 유치하느라 야단들이다. 특히 이익우선이라는 전략 아래 각 계열사별로 관리하기로 했던 수출실적을 모두 그룹내 종합상사에 몰아주는 70년대의 밀어붙이기식 실적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수출실적 순위경쟁이 치열한 일부 종합상사중에는 내년에 수출하기로 계획된 물량까지 미리 실어내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이고 있다.
대그룹의 수출창구인 종합상사들이 예년과 다름없이 연말에 수출총력체제에 나섰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울게 없다. 그러나 올해 종합상사의 수출총력전은 선의로 보이지가 않는다. 최근의 수출총력전의 배경에는 단순한 순위경쟁외에 그룹총수와 정부관계자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것이라는 냄새가 짙게 풍기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의하면 종합상사들은 최근 그룹회장과 정부로부터 「밀명」을 받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에게 올해 수출목표를 초과달성하겠다고 약속한 각 그룹의 총수들이 계열 종합상사에 「어떤 방법으로든 목표를 달성하라」는 특명을 내렸고 성장과 물가안정·국제수지라는 「세마리 토끼」중 이미 성장과 물가를 놓쳐버린 정부가 종합상사에 「마지막 남은 토끼몰이」를 지시했다는것이다. 결국 올해 종합상사의 연말 수출총력전은 그룹회장과 정부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작업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가량을 맡고 있는 종합상사가 실적부풀리기 경쟁에 나설 경우 각 그룹의 수출목표와 정부의 국제수지 흑자달성이 이루어져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리한 실적채우기에 따른 부작용과 폐단은 누가 책임질것인가. 당연히 없어져야 할 낡은 전통이 되풀이되는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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