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건 미성숙땐 오히려 부작용/독점화·자원낭비 등 유발 할수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건 미성숙땐 오히려 부작용/독점화·자원낭비 등 유발 할수도

입력
1993.11.05 00:00
0 0

▷제도의 문제점◁ 신문부수공사(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제도는 공인기관이 인쇄매체의 부수를 정확히 밝힘으로써 신문사간 과당경쟁을 막고 무분별한 무가지발행을 억제해 자원의 낭비를 막을수 있으며 광고의 과학화에 이바지한다는 점이 취지다.

 그러나 신문부수의 공개는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과 직결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며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것이 미국 일본등 외국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고 언론전문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은 61년 첫공사를 시작했지만 부수공인은 12년이 지난 73년에야 이루어질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체 신문사의 약80%밖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외국과 달리 복마전과 같은 우리나라의 신문판매현실과 항상 정치적통제의 대상이 돼온 한국언론상황에서 ABC의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 있다는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성균관대 방정배교수는 『현재상황에서 부수실사는 다수신문사들의 사멸을 초래하고 거대신문 몇개의 독점구조화와 언론의 다양성소멸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는 ABC제도자체가 한국언론의 다양성을 담보해내고 자원낭비를 막는 좋은제도가 이시점에서는 결코 아님을 증거해준다』고 말했다.

 신문부수도 본사발행부수 지국발송부수 가판발송부수 기타발송부수 지국유료부수 가판유료부수 기타유료부수등으로 나뉜 우리나라 판매상황에서 탄탄한 준비없는 조사는 조사대상신문사의 필사적인 부수올리기작업으로 오히려 자원낭비를 촉발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ABC제도가 정착되면 독자에게 배달되지않는 비배포부수를 줄여 신문용지의 낭비를 막고 과당경쟁을 없애는 길이 될것으로 보고 있으나 오히려 과당경쟁이 더욱 심해질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신문판매상황으로 볼때 판매부수를 부풀리기 위한 교묘한 방법이 동원될것이며 따라서 비배포부수가 오히려 늘어날것으로 보고있다.

 지금도 광고의 과학화등을 목적으로 한 ABC조사결과를 일부 신문사는 「신문부수가 많으면 권위지」라는 식으로 오도, 자사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다.

 서울대 강현두교수는 『우리의 문화제도관행등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ABC제도의 정착도 어렵고 이같은 풍토하에서 엉뚱하게 특정신문의 「홍보자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신문판매협의회에서는 거래질서를 바로잡는것이 시급하다며 95년7월까지 ABC실시를 연기해달라고 건의했었다.

 특히 공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협회의 설득력있는 객관성과 독립성이 우리나라 특유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ABC협회는 창설해인 89년부터 매년 3억∼5억원씩 모두 22억5천9백여만원의 공익자금을 지원받아 전체 운영비의 79.6%를 충당함으로써 독립성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내년도 공익자금을 지난해 요구액(8억7천4백만원)보다 1백40% 늘어난 12억3천여만원이나 신청해 ABC협회스스로가 ABC제도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이대 안광식교수는 『현ABC협회가 지금까지 공익자금을 받아온 경위야 어떻든 정부통제유발의 소지가 있는 발행부수공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이를 끊고 광고주와 신문사들이 낸돈으로 이기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경근교수는 『부수공개는 반드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언론사와 광고주 그리고 광고대행사의 자발적 참여에서 시작해야한다』며 『부수공개는 필요성만 앞세워 진행돼서는 안되며 적절한 시기와 여건이 형성된후에 실시돼야한다』고 말했다.【송용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