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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순찰시간도 없다(흔들리는 민생치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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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순찰시간도 없다(흔들리는 민생치안:중)

입력
199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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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로운 단속지시 홍수/일손달려 범죄예방엔 손못써/일선 경찰관들 딱지 할당량 채우기에 “허덕” 4일 한국일보 사회부에 한 지방파출소에 근무한다는 30대순경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기초질서위반사범 단속이 강화된 1일부터 파출소당 20∼30건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며 『많은 직원들이 1만원짜리 딱지는 자기 돈으로 떼고 상부에 허위적발보고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 외딴 곳에서는 위반사례가 극히 적고 단속하기도 힘든데 위에서는 계속 딱지를 많이 떼라고 해 온갖 수단을 동원,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파출소 공비(공비)로 딱지를 떼는 경우가 있으며 특별단속이 시작되면 기본적인 순찰등 민생치안에 눈돌릴 겨를이 없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이 민생치안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중병에 시달리게된 까닭을 창설이래 48년간 몸에 밴 보신과 형식주의, 비효율적인 조직관리 및 운영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원·예산부족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현상태에서라도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현재 각파출소의 임무가 너무 많고 중복되는 이유는 경찰수뇌부의 책상머리발상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선 하위직원들은 『경찰서나 파출소의 현실을 알텐데도 마구잡이 지시를 하는것은 부하들이야 고생하건말건 자기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생각이 뿌리깊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1백80일 범죄소탕작전이 끝나자마자 경찰수뇌부는 지난 1일부터 2개월간을 민생치안확립기간으로 설정했으며 동시에 기초질서위반사범단속, 퇴폐·심야영업단속, 정부가 벌이는 국토대청결운동차원의 쓰레기투기사범단속을 거의 매일 지시, 실적을 보고하라고 불호령을 내리고 있다.

 서울 S경찰서 파출소장 이모경위(50)는 『직원 14명을 24시간 2교대 근무토록 하고 있으나 작전· 지시사항이 너무 많아 근무지침에 규정된 하루 4시간 휴식조차 못하는 형편』이라며 『본서의 8개과에서 과별로 내려오는 지시사항을 다 처리하려면 순찰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문민시대를 맞았지만 경찰의 사고방식이 전혀 문민화되지 않은것도 경찰조직의 이완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요즘 시위는 거의가 사전에 집회신고서를 내고 1백명이하의 소규모로 진행되는데도 시위대보다 2∼3배나 많은 전경중대를 배치하는가 하면 형사·수사등 민생치안분야 경관들까지 시위대비에 차출하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개혁바람을 맞은 법원·검찰·군등이 정치지향적이었던 인사들의 도태를 유도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형사·수사등 민생치안분야 수사관들보다 정보·경비등 시국치안분야 인사들을 우대하는 관행을 척결하지 않고 있는것도 전체적인 사기저하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일 경무관진급인사에서 일선 경찰서장이 겨우 1명 발탁된데 대해 경찰관들은 거침없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아예 1명도 승진시키지 말지 그랬느냐』고 반감까지 표시하고 있다.

 박봉에다 열악한 근무환경, 가뭇없는 승진기회, 근무의욕저하등 경찰관들 개인차원의 요인과 탁상정책, 외압에 약한 경찰수뇌부의 눈치보기와 보신, 날로 지능화·흉포화하는 범죄에 대한 과학적 대비책 부족등 조직적 요인이 난마처럼 얽혀 경찰은 무기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것이다.【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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