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그중의 하나가 고기먹는 풍습의 변화다. 이제는 아득해져 버린 10년전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때는 고기를 시킬때면 항상 공기밥이 자연스레 같이 나왔다. 식사로 하건, 안주로 하건 고기는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고기의 양도 언제나 조금씩 부족했기때문에 남는 겅우가 없었고 오히려 아쉬운 뒷 맛을 다시며 음식점을 나오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풍습이 바뀌어 졌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우선 고기만 시킨다.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몇 인분씩 추가하며 고기로 잔뜩 배를 채운뒤 그때서야 밥이나 냉면을 한술씩 뜬다. 처음부터 공기밥을 시키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이렇듯 고기만 많이 먹으니 실력도 늘어서 점점 먹는 양도 늘어간다. 그리고 많이씩 시키게 되니 자연히 남기는 고기도 많아지게 된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라고 이름붙여진 과도한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다. 선진국의 생활수준에 가까이 간다며 우리는 결국 그들의 흥청망청한 생활방식을 답습하려는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온 인류가 그들처럼 잘 살수만 있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그런데 여러 환경보고서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며 지금 남아있는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 국민들과 같은 생활수준을 지구상의 온 인류가 누리려면 지구가 여섯개가 더 있어도 모자란다고 한다. 이 사실은 바로 선진 국민이라는 소수의 사람들이 지구수준에 비해 너무 잘살고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과도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는한 지구의 파멸은 피할 수 없을것이라는 지적에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에겐 이대로 선진국 생활을 흉내내고 살다가 우리 자손에게 텅빈 지구를 남겨주든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궤도수정을 하고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생산과 소비방식을 우리 생활에 도입하는 양자택일밖에 안남은 셈이다.<김용민·연세대 독문과교수>김용민·연세대 독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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