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양국의 제25차 연례안보협의회의는 4일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94년12월1일까지 반환하고 팀스피리트 훈련중단여부 결정을 유보하는등의 내용을 골자로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의를 끝냈다. 이번 안보협의회의는 한미 양측이 각기 새정부 등장이후 첫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면서 또한 내용면에서도 예년에 보지못했던 중요한 결정사항들을 이끌어 냈음이 주목된다. 평시 작전통제권의 반환시기를 명시한것은 우선 주권국가의 국민정서에 한걸음 접근한것으로서,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구체화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또한 한국군의 독자능력이 수준높게 성숙됐다는 평가를 함축하고있는것이다. 이같은 「성숙」은 다른말로 하면 문민정부 등장이후 군의 탈정치화가 정착했으며, 앞으로도 정치화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한미간의 공감을 확인한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번 협의에서 연례 팀스피리트 훈련중단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게 된것은 유엔총회 결의로까지 표명된 국제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카드놀음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한 한미 양국의 결연한 의지를 밝힌것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미 해공군위주의 신속전개 억제전력(Flexible Deterrence Option)의 한반도 배치계획을 확인하고 전쟁발발시 미7함대의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에 이관하기로 합의한것은 한반도 전쟁억지를 위한 양국의 결의가 전례없이 구체적으로 명시된것이어서 주목할만하다.
실상 북한은 4일로 예정됐던 특사교환협의 실무대표회합을 돌연 일방적으로 거부한데서도 알 수있듯이 핵사찰을 둘러싼 시간벌기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유사시 대비」외에도 「사전억지」에 대해 한미 양국이 보다 밀도있는 조치를 설계하게된것이라고 하겠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할때까지 2개 전장 동시승리전략을 발전시키고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을 유보하는등의 합의를 담고있으며 이밖에도 무기체계 상호운용의 추진, 방산 기술협력의 증진에서도 의견을 함께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안보협력태세가 강조되고있음을 알수있게한다. 그런점에서 현재 추진중인 「21세기를 지향한 한미 안보협력방향 공동연구」를 26차연례협의회의가 있을 내년까지 매듭짓기로 한것은 「한반도 안보는 아태지역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도 중추적인 요소」라는 공동인식의 구체적 진전을 기대하게하는 대목이다.
당초 지역안보, 한국군 현대화등을 현안문제로 다루던 양국 협의내용이 점차 수위를 높여 이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안보문제에까지 착안하고 장기적 정책검토, 군수협력 차원에까지 논의를 확대하고있음은 한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의 변화는 물론 동북아의 국제적 힘의 균형이 매우 미묘한 상황에 있음을 말해주는것이다.
이런 시기에 냉전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한미양국으로 하여금 군사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다지도록 유도한것이 과연 무엇 때문이며, 북의 핵의혹 해소가 왜 선결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북측은 명백히 인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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