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복·국내문제 군동원규정 논란예상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2일 승인한 러시아의 신군사독트린은 냉전이후의 새국제질서에 대처하는 군의 역할과 목표를 최초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구소련붕괴이후에도 운용해왔던 구군사전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계전략을 수립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신군사독트린의 특징은 과거 이데올로기대결체제를 완전 청산하고 어떤 국가도 러시아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군은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한다는등 방어적 성격으로 군사전략을 전환한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의 잠재적 적은 없으며 러시아의 국익을 손상시키지 않는 국가는 「제휴국」으로 간주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선제공격포기방침을 천명한것이다.
신군사독트린은 핵무기보유의 목적을 재래식 분쟁이 핵전 또는 기타 대량파괴무기가 사용되는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억지 수단이라고 규정, 핵사용의 구체적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방위산업도 세계정세와 러시아의 경제사정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아 구소련식 일방적인 무기생산이나 신무기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신군사독트린은 대규모 군비삭감, 핵무기감축, 군수산업의 민영화등을 고려한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 경제난국을 타개키 위해서는 군예산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으며 군수산업부문에서도 무기대신 일상생활용품을 생산토록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 따라 핵미사일과 재래식무기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필수적인 핵무기만을 보유하면서 외부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러시아는 이번 신독트린채택으로 군병력의 축소와 지원병제도도입등 군의 소수정예화를 위한 개혁조치를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대외군사정책은 일단 미국등 서방진영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무기사용조건에 관한 조항중 핵을 가진 국가가 재래식무기로 공격할 경우에도 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은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빚을것으로 예상된다.
군을 대내정책에도 동원할 수 있다는 부분도 보수및 민족주의세력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것으로 관측된다. 신군사독트린은 민족및 분리주의세력이 무력으로 국가의 영토보존을 위협하거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할 때 불법적인 무장부대가 구성된 경우에 한해 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번 전최고회의(의회)의 무력진압을 정당화하는 조치일 뿐아니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일부 자치공화국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군을 이용한 「독재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는 소지를 남게했다.
이번 신군사독트린의 채택으로 러시아군이 얼마나 변신할 수 있을는지 여부는 아직 점치기 이르나 구소련붕괴이후 동구주둔 구소련군의 철수와 군병력의 대폭축소, 징병기피, 복지수준하락등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군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군이 국내문제에 개입,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등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적절히 차단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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