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옐친과 프라우다/홍희곤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옐친과 프라우다/홍희곤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1.04 00:00
0 0

 『프라우다는 정간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 러시아공산주의자들의 대변지 프라우다가 정간 한달만인 2일 복간되면서 1면 얼굴에 낸 사설의 한 대목이다. 프라우다는 러시아어로「진실」을 의미한다. 사설의 속뜻은 결국「프라우다여 영원하라」이다. 프라우다는 지난 70여년간 공산당의 입이었다. 비판하는 쪽에서 보면 크렘린의 애완견이었다. 가끔 으르렁대기도 했으나 물지 않는 개였다. 공산당 통치시절 이야기다.

 프라우다의 정간­복간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91년 8월 소련의 강경보수세력이 주도한 쿠데타실패직후. 쿠데타지도부인「비상시국위원회」의 언론통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쿠데타발발 사흘만에 대세를 장악하자「불온언론」에 물렸던 재갈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옐친의 손엔 정반대 의미의 「불온언론」에 물릴 또다른 재갈이 들려있었다. 그것은 프라우다의 발행정지로 나타났다. 쿠데타를 도왔다는 이유였다. 옐친의 조치는 대내외의 큰 반발을 샀다. 그 자신 언론자유 침해의 피해자로 언론자유의 필요성을 옹호해왔다는 점에서 실망과 놀라움은 대단했다.

 옐친은 지난달 4일 의회보수세력을 탱크로 무력진압한후 15개 보수파 신문에 정간조치를 내렸다. 두말할 나위없이 프라우다가 제1표적이었다. 극렬보수파들의 이념적 본거지를 분쇄하겠다는것이었다. 화를 면한 신문들에도 검열의 족쇄가 채워졌다.

 프라우다의 복간은 쿠데타후와 마찬가지로 편집국장을 교체하고 대정부비판의 강도를 완화하겠다는 약속이 있고서야 가능했다. 그러나 프라우다는 복간 첫날 1면에 의회보수파들의 투쟁장면을 몽타주로 합성처리한 사진을 싣고『인민의 대표가 군대에 짓밟혔다』고 특필했다. 힘있는 권력일수록 유순한 언론이 예뻐보이는 법이기에 옐친쪽에서는『너 따위가 감히…』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프라우다는 또 말했다. 『우리가 신념을 바꾸지 않았음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다』 옐친과 프라우다는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