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동반자」 거듭나기위한 디딤돌/일총리 전향적 입장개진 기대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세천) 일본총리의 6일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과거사문제가 매듭지어질것인가.
김영삼대통령 정부는 출범초부터 한일관계에 있어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물론 일본이 과거사를 솔직이 인정만하면 된다는 전제가 달려있기는 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 비해 과거보다 미래지향쪽에 비중을 더 둔게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취임직후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진상만 정확히 밝히면 되고 물질적 보상은 결코 원치않는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를 두고『정통성있는 문민정부의 당당한 자세를 보인것』이라며『김대통령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로 보는 인식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또 우리나라에 30여년만에 문민정부가 들어선 시점에 일본에서도 38년간의 자민당정권이 끝나고 새정부가 들어선만큼 이제 과거에 집착하지말고 앞으로 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호소카와총리가 취임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한것 역시 같은 맥락인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정부는 모두 이번 정상회담이 과거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앞을 내다보는 만남이 될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이 과거문제를 완벽하게 털어내는 계기가 될지 일말의 걱정을 갖고 있는 인상이다. 국민정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호소카와총리는 취임후 제2차대전을 침략전쟁이라고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는 발언을 했다.
호소카와총리는 그후 일본국내의 반발에 부딪혀 표현을 바꾸기는 했지만 우리정부는 호소카와총리의 과거인식이 역대일본총리중 가장 전향적인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대통령도 이를 평가한다고 했다.
우리정부는 호소카와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과거사문제에 대해 어떤 표현으로든 입장을 밝힐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무접촉과정에서『어떤 수준의 어떤 표현으로 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하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호소카와총리가 일외무부도 통하지않고 직접 방한희망의사를 밝혀왔던것을 상기시키며『격식을 뛰어 넘어 방한하는 손님에게 과거사를 걸고 넘어져 불쾌감을 줄 수야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그는『그렇지만 우리정부는 호소카와총리의 전향적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호소카와총리의 한일과거사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에는 또 종군위안부문제의 구체적 언급은 없을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입장표명이 될것이라는 얘기이다.
종군위안부문제와 관련, 우리정부는 일본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성원이 되기 위해서도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후속조치를 취해가야하며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미루어 새정부는 과거사와 관련된 특정현안 때문에 앞으로 나가야 할 한일관계가 다시 역류하거나 소용돌이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인것같다.
무역역조나 기술이전등 경제문제 역시 과거처럼 과거사나 정치문제와 연관시키지 않고 경제논리로 당당히 해결해가겠다는게 현정부의 확고한 자세이다.
청와대측은 일부 의원이 제출한 을사보호조약 무효확인결의안에 대해『한일기본조약에서 정리된 문제인데 새삼스럽게 국회결의가 필요하겠느냐』고 했다.
현정부의 과거사문제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렇고 호소카와총리의 방한도 염두에 둔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정부는 지난1일 한일경제인포럼결과를 각각 발표하는등 이번 정상회담의 분위기조성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이런 모든 배경이나 정황들을 살펴 볼 때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호소카와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표명등 유감을 표시하는 발언이 있으면 이를 수용하면서『앞으로 나가자』는 뜻을 밝힐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민여론이 호소카와총리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만 현정부는 이를 무기삼아 다시 과거를 들추어내지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대범한 자세를 보일것이다. 이 때문에도 일본정부와 호소카와총리의 이에 상응한 성의있는 자세가 필요할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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