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IRA 폭탄테러계기 격화/10일간 사상자 23명… 내전방불 영국의 골칫거리 북아일랜드에 유혈극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아일랜드공화군(IRA)이 저지른 「토요일의 대학살」을 계기로 신구교도간의 극단적인 보복살상전이 잇달아 열흘동안 사망자만도 23명에 이르렀다. 일부 정치인들은 「내전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북아일랜드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IRA뿐 아니라 구교도주민에 대한 무차별 보복을 선언한 바 있는 신교계 테러단체 북아일랜드자유투사(UFF)는 지난달 30일밤 주민들이 댄스파티를 벌이던 동네 간이주점에서 총기를 난사, 7명을 숨지게 했다. 이중 4명은 구교도였으나 신교계 주민도 3명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최근의 유혈극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23일의 폭탄테러였다. IRA의 두 요원은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 있는 신교계 테러단체 UFF의 사무실을 공격하러 나섰다가 실수로 인근의 생선가게를 폭파했다. 이 사건으로 신교계주민 10명이 숨지고 57명이 부상했다. 이 폭탄테러는 11명이 숨진 87년의 사건 이래 최악의 참사였다.
이 사건직후 신교계 테러단체들은 즉각 구교도에 대한 보복공격을 선언했다. 이틀뒤인 25일 북아일랜드 자원군(UVF)은 70세의 구교계 주민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피흘리는 보복살상극의 서막이었다. 다음날인 26일 보복전은 더욱 가열됐다. UVF소속 2명의 테러리스트는 구교계지역의 한 구청 창고를 급습, 2명의 구교계 노동자를 살해하고 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또 28일에는 한 구교도 가정집을 공격, 11세짜리 여자어린이가 보는 앞에서 두 오빠를 사살하기도 했다.
유혈극이 격화되자 영국정부는 다른 지역에 있던 군대와 경찰을 벨파스트에 증파, 치안을 강화했다. 또 존 메이저영국총리와 알버트 레이놀즈아일랜드 총리는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위기대처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화되기 시작한 북아일랜드의 유혈극은 쉽사리 가라앉기는 힘들것으로 보인다. 23일의 테러이후 신교계 테러단체들은 무차별 보복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한뒤 이를 행동에 옮기고 있고 IRA등 구교계 테러단체 역시 반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령으로 남아있는 북아일랜드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신교계 주민들은 영국의 일부로 존속하기를 희망하는 반면 가톨릭계 주민들은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요구, 테러단체들끼리 유혈극을 계속해왔다. 재연된 무차별 보복전은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위한 그동안의 정치적 노력마저 수포로 만든채 끝이 안보이는 유혈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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