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이사회의 선임에 따라 제가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게 되어 두려운 마음으로 독자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처지에 40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한국일보의 경영책임을 지게 되었음은 개인의 영예이기에 앞서 크나 큰 부담이며 도전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제가 무거운 책무를 느끼는것은 일찍이 무에서 유를 만드셨던 선친 장기영창간발행인의 창업 정열과, 수성을 넘어 사세 비약의 토대를 단단히 하신 장형 고장강재회장의 헌신 노력을 뒤따르고 이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분이 남기신 뜻을 성실히 받들어서, 「좋은 신문」 한국일보를 통해 우리 언론사의 또 다른 새 장을 열게하는데 있는 힘을 다할 각오입니다. 지금은 그 출발선상이며, 21세기를 향해 급회전하는 시대상황도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을 일깨우고 있음을 저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내년으로 창간 40주년을 맞이합니다. 옛말로 하면 불혹의 장년이지만 역사의 눈으로는 이제부터 시작일뿐입니다. 한국일보는 언제나 그래왔던것처럼 젊고 활력있는 개척자로서 시대의 앞장을 서겠습니다.
저는 우선 「춘추필법의 정신·정정당당한 보도·불편부당의 자세」의 사시를 받들고 「신문은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는 창간정신에 충실하겠습니다. 지난 8월 타계한 장형께서 『눈앞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며 진실을 보도하는 정직한 신문을 만들어 달라』고 하신 유지를 가슴깊이 새기면서 『힘없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처지를 잊지말라』하신 눈물어린 당부를 잊지않고 있습니다.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신문을 만들때 우리는 좀더 독자곁으로 가까이 다가 갈수 있을것입니다. 언제나 독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운 언론환경에 대한 적응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일보를 「독자여러분들의 신문」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저는 이 순간부터 1천8백여 한국일보사원들과 함께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한국일보는 저와 한국일보기자들, 그리고 한국일보사원들이 만드는것이지만 결국은 독자여러분의 것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아낌없는 충고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1993년 11월 회장 장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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