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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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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음악도가 쇼팽 콩쿠르에 나갔다. 그의 연주를 들은 프랑스의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기는 뛰어난데 소리가 없군…」 비수같은 지적을 일본의 비평가들이 더 뼈아프게 받아 들였다. 여기서 소리는 곧 문화를 뜻한다. 일본 안에서도 교육이 기에 치중하고 근본에 소홀하다는 성찰이 나왔다. ◆「소리가 없다」는 약점을 꼬집힌 일본의 비평가들은 기초교육의 부실을 크게 걱정한다. 그들은 현상이 아닌 원류를 돌아 본다. 그리하여 초등교육의 강화를 주장한다. 초등교육에 일류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은 역시 기초교육의 몫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이런 의견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비춰볼만 하다. ◆지금 우리는 선진을 배우자, 일본을 배우자며 다그치고 있다. 배우는것은 좋지만 무엇을 배울것인가는 가려야 한다. 물론 기술 습득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는 아닐것이다. 기술 따로, 문화 따로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진짜 뒤진것은 바로 문화에서다.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이 있는 한, 한국은 문화의 나라가 못된다. ◆여기서 문화란 현실을 떠난 이상이나 이해가 어려운 추상과는 다르다. 문화는 바로 생활이다. 질서의식,공중도덕,교통문화, 이런게 곧 사회문화의 단면임은 자명하다. 엊그제부터 기초질서 위반에 대한 단속이 벌어졌다. 첫날에 전국에서 2만7천여명이 적발되었다. 고속도로 갓길운행과 도로변 쓰레기 버리기를 단속의 집중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기초문화가 자리잡혔다면 이따위 반문화는 문젯거리도 안된다. 교양인이라면 걸려들 까닭이 없다. 우리네 삶이 어쩐지 꾀에만 치우치고 무게를 잃은 슬픔을 느낀다. 이렇다면 소리가 없는 기술의 음악과 다를바 무엇이겠는가…. 남의것을 배우되 속을 배워야지,껍데기만 배워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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