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북핵·경협 등 논의/미래지향·국제공조 모색 오는 6일 경주에서 열릴 김영삼대통령과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의 한일정상회담에서 「깜짝 놀랄만한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번회담을 준비하고있는 양국외교관계자들의 말이다. 호소카와총리는 한국에서 32년만에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일본 역시 38년간의 자민당일당 지배체제가 종식된 시점에서 양국이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아시아의 첫 방문지를 한국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수뇌회담에선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통해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현안을 논의하게될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간의 과거사정리, 한일포럼, 경협외에도 북한핵문제와 러시아 핵투기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 호소카와총리는 한반도에 있어서 일본의 식민지지배나 종군위안부문제등 과거의 문제들에 관해서는 매듭을 짓겠다는 자세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영삼대통령에게 사죄의 뜻을 표명할게 분명하지만 총리취임직후 「침략전쟁」발언으로 일본국내에 큰 반발을 일으킨 점을 감안, 조심스런 표현을 할것으로 보인다. 종군위안부들에 대한 후속조치에 관해서는 보상형식이 아닌 다른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측에서 적절한 제의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북한문제:북한의 핵개발문제와 관련, 일본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선에서 한국과 공동대처한다는 것이 기본노선이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도록 촉구하는데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의 대북경제 제재채택등 강경수단으로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어 한반도에 긴장을 초래하는 상황은 원치않고 있다. 북한체제에 관해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점을 안팎에 분명히 밝혀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선택의 폭을 넓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1년간 중단된 북한과의 국교교섭문제는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힐것으로 보인다.
◇한일포럼설치:양국관계에 관한 폭넓은 의견교환의 장으로 반영구적으로 회합을 계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초 전주일대사였던 오재희씨가 제안한 한일포럼은 지난해 1월 미야자와(궁택희일)전일본총리의 방한때 토의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의 정신대관련단체의 일왕화형식사건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이번엔 일본측에서 제안하게 된다. 일본은 미국과의 사이에 「시모타(하전)회의」라는 유사한 성격의 모임을 갖고있다. 지난 67년 이즈반도의 시모타시에서 첫회의가 열려 그 이름에서 유래한 「시모타회의」는 미일 양국의 각계 지도급인사들이 주요 이슈가 있을때마다 부정기적으로 모여 민간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일포럼은 정상회담직후 인선을 서둘러 내년초 첫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일경협문제:한국측에서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려했던 종전자세에서 벗어나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경제의 역할분담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많다. 한국은 일본의 관세, 비관세장벽이 한일무역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있으며 특히 한국의 경쟁력이 강한 16개 품목의 관세인하와 건설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측에선 시장개방문제에 대해 특정국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우루과이 라운드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에선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보다는 협조분위기 조성에 그칠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핵투기문제: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투기는 양국의 공동관심사일뿐만 아니라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문제이다. 양국은 러시아측의 재투기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외교적인 대항조치 ▲IAEA를 비롯한 국제기구로부터의 정보수집 ▲오염도조사등에 있어서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할것으로 기대된다. 또 러시아가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재투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지원을 요청하는 점에 대해서도 상호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것으로 보인다.【도쿄=이재무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