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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유럽」이 움직인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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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유럽」이 움직인다(사설)

입력
199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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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가지 곡절끝에 11월1일 서유럽 12개국의 통합을 규정한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발효했다. 91년12월 유럽공동체(EC)12개국이 합의했던 조약이 회원국의 비준절차를 끝내고 3년만에 통합의 깃발을 올린것이다. 단순한 숫자로만 본다면 이제 인구나 경제가 미국보다도 큰 덩어리가 유럽대륙에 탄생한 셈이다. 인구는 2억5천만의 미국보다 월등 큰 3억3천만이고, 경제규모도 국민총생산(GNP)으로 쳐서 미국의 5조4천억달러에 비해 6조달러가 넘고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발효는 세계경제구조에 커다란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봄 이래의 환율전쟁에도 불구하고, EC각국지도자들은 지난달29일 금세기말까지 단일통화를 만들어낸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만큼 EC12개국의 경제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인정할 수있다. 이미 12개국사이의 국경통제는 항공편을 제외하고 지난 연초부터 철폐돼, 상품유통의 제한이 없어졌다.

 게다가 마스트리히트조약은 회원국 사이에 공통의 외교·안보 및 방위정책을 위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적 단일시장을 넘어 정치·군사적 통합을 통해 보다 고도의 유럽합중국을 목표로 하는것이다.

 그러나 통상·환경·교육·소비자보호등을 뺀 정치·군사분야는 앞으로의 협상을 통해 장래목표가 구체화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체제가 바로 미국에 도전하는 유럽의 출현으로 보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아직 정치적 통합목표가 뚜렷하지 못한 마스트리히트조약체제는 기껏 「EC의 통합을 약간 고도화했다」는 정도의 소극적 평가도 있다.

 적어도 전후 46년 처칠이 「유럽 합중국」을 제창한 이래 전통적인 유럽통합론에 비추어 본다면 마스트리히트체제는 시늉만 하는 상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유럽 12개국이 통합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없다.

 우선 전후 최악의 불황이 가로 막고 있긴하지만, 서유럽은 미국·일본과 함께 세계경제의 3극체제를 이끌어 갈것이다. 

 이에 대비해서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쟁상대국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경제적 대응에 있어서도 우리는 거의 손을 쓰지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이 남는다.

 유럽의 통합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잠재력이 엄청나다. 경제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문화적으로 세계에 끼칠 영향력은 전후 최대의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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