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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심장병」의학계 새이슈/벨기에 루벤대 「관상동맥질환」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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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심장병」의학계 새이슈/벨기에 루벤대 「관상동맥질환」심포지엄

입력
199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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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없이 갑자기 죽는 무서운 병/예방·치료·진단방법 등 최대과제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제대로 손도 못써보고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급작스런 심장질환으로 인한 이같은 횡액을 예방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현대의학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심장 질환이 많은 유럽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럽 성인의 제1 사망원인은 관상동맥질환.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세 갈래의 심장동맥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 성인들에게 죽음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녹이 슨 수도관에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듯 콜레스테롤이 쌓인 동맥에 혈액이 원활히 통하지 못해 관상동맥질환이란 심장병이 생기는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심장병의 증세는 가슴통증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심장학계의 빅 이슈는「무증상의 심장병」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심장병의 증상, 즉 가슴 통증없이도 심장병 환자일 수 있다는 연구가 세계학계에서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벨기에 브뤼셀 루벤대에서 열린 「관상동맥질환의 최신치료」연구보고회에서도 이 문제가 유럽지역 의학자의 최고의 관심거리임이 입증됐다. 심장에 통증을 느끼는 협심증 환자만이 치료대상인가, 아니면 통증이 전혀 없는 무증상의 심근허혈환자도 요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도대체 한번도 심장에 통증을 느끼지 않던 건강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심장병으로 급사할수 있는가.

 「무증상의 심장병」이란 말 그대로 심장병은 있되 환자 본인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무증상의 심장병을 의학용어로 표현하면 「Silent Myochardial Ischemia」(정적 심근허헐) 가슴통증같은 「요란한」경고 증상이 없다는 의미이다.

 무증상의 심근허혈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최초로 나타나는 심근허혈 증상이 바로 급사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다 죽었다」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무증상 심근허혈환자로 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의대 노영무교수가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을뿐 심장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무증상의 심근허혈」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루벤대 심장내과 과장이자 유럽 심혈관질환 프로그램위원회의 대표를 맡고있는 데트리박사는 2백2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조사에서 흉통이 있었던 협심증환자나 무증상 심근허혈환자의 예후가 큰 차이가 없었음을 밝혔다.

 『협심증이 있었던 1백38명과 무증상 심근허혈환자 89명의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 재발률을 각각 비교해 봤습니다. 이 두 그룹간의 생존율을 6년간 추적한 결과 각각 81%, 81.5%로 나타났습니다. 또 6년간 한차례도 재발하지 않았던 그룹의 비율이 각각 71%, 70.5%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면 무증상의 심근허혈환자는 어떻게 가려낼수 있는가. 또 과연 이들은 언제부터 치료대상인가.

 이 회의에서 학자들은 「무증상의 심근허혈」도 질병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이의 진단과 치료방법에는 아직 논란이 거듭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현재 심장병 진단에 이용되고 있는 검사법은 운동부하 심초음파검사와 보행 심전도(ECG)검사 양전자방출 단층촬영법(PET)등이다.

 루벤대 심장내과 스태프의 한사람인 파노페어쉘데박사는 『운동부하 심초음파가 관상동맥질환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경희대의대 배종화박사가 이 검사법으로 관상동맥질환환자를 진단하고있다.

 운동부하 심초음파는 심전도검사로는 놓칠수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심전도 검사의 정확도(예민도)를 50∼70%로 보고 있는데 파노페어쉘데박사는 운동부하 심초음파의 정확도가 75∼95%라고 주장했다.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면 병이 있는데도 음성으로 진단내려져 환자를 건강한 사람으로 보기 쉽다.

 루벤대 PET연구팀장인 멜린박사는 『PET를 이용한 검사법이 그동안 보편적으로 실시되어온 방사선 동위원소 탈리움을 이용한 핵의학적 검사보다 훨씬 좋은 진단법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각 검사법의 정확도가 탈리움검사법에선 70%, PET검사법에선 80%정도였다고 발표했다.

 이 회의에서는 또 국내에서도 활발히 실시중인 수술않고 치료하는 혈관확장술 (PTCA)에 대한 연구도 보고됐다.【브뤼셀=송영주특파원】

◎관상동맥 질환심포지엄좌장 데트리 박사/“적당한운동 심근허혈 예방효과”/지방:소금많은 음식 피해야

 『관상동맥 질환 치료의 중요한 포인트는 정확한 진단입니다. 먼저 환자의 나이와 성별,증상을 체크합니다. 다음 운동부하심초음파 검사와 탈리움을 이용한 핵의학적 검사, 일반심전도검사를 통해 관상동맥환자의 상태를 판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검사는 환자가 약물치료만으로 적당한 환자인지 아니면 수술치료의 대상인지 결정짓는 근거가 됩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았던 데트리박사는 현재 벨기에 루벤대 심장내과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유럽 심장학회 회장 벨기에 심장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심장학의 권위자이다.

 벨기에에선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없을 만큼 많은 관상동맥질환자가 발생하고있다. 해마다 5만명정도가 심근경색증환자로 진단받고 있어 인구 1천명당 2명꼴로 새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데트리박사는 정확한 진단에 이어  치료후 재발문제에 대해서도 미리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물치료건 경피적 관상동맥 확장술(PTCA)이건 어떤 치료법이라도 재발을 막는것이 치료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운동부하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면 물론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음성으로 나온 환자들 역시 안심하는것은 위험합니다. 제대로 판정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술(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아주 증상이 심하거나 아니면 증상은 있는것 같은데 앞서 열거한 진단법으론 제대로 체크가 되지않아 보다 정밀한 검사가 요구되는 환자에게 실시되는 검사이다 . 이 검사로 심장근육 세포가 살아있는지 여부를 판단,수술방법과 위치를 정하게 되기 때문에 수술재발률을 줄이고 성공률을 월등히 높일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병원이 94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의술이다.

 데트리박사는 일단 수술에 앞서 약물치료 대상환자라고 여겨지면 베타차단제 혈소판 응집방지제 니트로글리세린을 기본치료제로 삼는다. 혈압이 높은 환자라면 칼슘길항제(길항제)를 추가한다.

 『일단 관상동맥질환에 걸리면 원상복구가 되지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벨기에에선 예방차원의 많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좋은 유전형질을 가진 부모를 만나는것이 관상동맥질환에서 벗어날 수있는 조건이죠. 다음은 혈압과 혈중 지질을 조절하는것입니다. 적당한 운동 저염식 저지방식 적정한 약물치료가 혈압을 낮추고 지방질농도를 감소시키는 수단이 되겠지요』

◎루벤대병원 흉부외과 김농인 박사/“정맥이용 심장시술 재고해야”/동맥수술방법보다 재발율 높아

 벨기에 루벤대는 심장내과뿐 아니라 심장수술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루벤대 부속병원의 하나인  가스트 하우스베르그 병원에선 1년에 약 1천7백 케이스의 심장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중 50%이상이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심장수술입니다』

 김롱인씨는 루벤대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82년 경희대의대 졸업후 당시 경희대와 자매결연관계인  루벤대로 유학오게된 그는 이곳서 인턴 레지던트과정을 마치고 91년부터 루벤대 흉부외과 정규 스태프로 활약중이다.

 『유럽지역에서 최다 심장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베를린심장센터(연간 약 3천건)에 비해선 다소 뒤떨어지지만 관상동맥환자에게 심장이식까지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 최고의 심장병센터라고 자부합니다』

 지난해 루벤대에선 약 50건의 심장이식을 실시했다. 심장이식 대상 환자의 많은 수는 관상동맥질환자. 남한의 3분의1 크기밖에 안되는 좁은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심장이식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89년부터 뇌사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벨기에는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인 장기기증 기준을 마련해 놓고있다. 『뇌사가 인정되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선 사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뇌사자의 장기만 이식에 이용하지요. 여기서는 보다 적극적인 장기이식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힌 사람의 장기를 제외한 모든 뇌사자의 장기는 무조건 이식에 제공됩니다. 따라서 길거리에서 죽는 많은 뇌사자는 그대로 병원에 후송돼 장기를 제공케 돼죠』

 현재 유럽에서 이처럼 장기기증 우선의 뇌사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2곳 뿐 이다.

 그러나 심장이식을 원하는 환자수에 비해 기증자의 수는 이곳서도 태부족인 상태. 루벤대에서는 최근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가 이용할수 있는 심실보조장치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김씨도 이 작업팀의 멤버이다.

 김씨는 루벤대의 심장수술 성공률을 98%라고 밝혔다. 재발률은 30%이하.

 이 통계는 현재 세계최고의 심장수술센터로 알려진 미앨라배마대학병원의 통계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성적이다. 루벤대는 장기이식중 가장 어려운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심폐 동시이식도 5케이스나 성공시켰다.

 김씨는 최근 루벤대에서 관상동맥 우회수술의 경우 정맥이 아닌 동맥을 이용한 수술이 보편화돼 있다고 말한다.

 『정맥을 이용하면 수술실패율도 높을 뿐아니라 재발률도 높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정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하루빨리 수술패턴이 바뀌어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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