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각목대결로 얼룩지곤 했던 노동자대회가 경축애드벌룬과 오색풍선의 물결속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웃음이 가득한 가운데 열렸다. 31일하오 서울효창운동장에서 노동자 시민 대학생등 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로대) 주최로 열린「93 전국노동자대회」는 새로운 집회시위문화의 정착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재야가 처음으로 2백35만원의 예약금을 주고 공공시설을 빌려 경찰에 신고를 마친뒤 연 이날 집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참가한 노동자들은 건설일용노동자에서 대학강사, 30년복역 장기수, 오사카 항만노조위원장등 경력과 직위가 다양했다.
이 행사의 민중의례순서에선 노동해방을 위해 분신한 노동자들을 위한 묵념에 이어「4천만민중의 노래」인「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됐고「노동악법 산을 넘어 산별노조 건설로」라는 구호아래 파도타기가 이어지는등 율동과 구호의 조화속에 흥겹게 진행됐다.
2시간여의 본행사가 끝난뒤 참가자들은 용마로, 공덕동로터리,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광장까지 5구간을 평화적으로 행진한뒤 간단한 뒤풀이를 마치고 경찰과의 충돌없이 자진해산했다.
그러나 전야제행사로 30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벌어진 문화한마당행사를 학교측이 『학문연구와 무관한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장애를 준다』며 장소사용을 불허했으나 강행한 대목은 재야의 열악한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번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었다.
전로대측은『학문의 전당인 대학구내에서 집회를 가져 폐를 끼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며『이번에 공공시설을 임차사용한것을 계기로 정부가 진보적으로 나온다면 대학에서의 무리한 집회는 삼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국과 재야, 노동계가 이같은 집회의 경험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우리의 집회시위문화는 한층 더 성숙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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