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성숙도 크게 높아져 만화가 문학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만화는 신세대들에게 호소력이 크며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하면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게 진지한 시각으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만화가가 대거 등장하면서 만화의 예술적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다는것이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만화축제마다 수십만 인파가 몰려들고 있고 벨기에와 프랑스에선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만화박물관이 세워졌다. 또 미국대학가엔 만화작품을 사회학·정치학적으로 분석하는 학위논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며 92년 퓰리처상 문학부문은 자신의 부모들이 아우슈비츠에서 겪었던 고난을 담은 만화 「마우스」의 작가 아르트 슈피겔만이 차지했다.
미국의 만화평론가 빌 아이즈너는 만화가 이렇게 새로운 문화양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를 『이 시대가 책과 영화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시각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매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화는 공상과학, 모험, 인물의 전기, 유머, 서부극, 탐정소설등 거의 모든 분야의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어 TV나 영화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중속에 파고 들고 있다.
또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만화의 이미지는 언어가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울림을 가지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담고 있어 지식인이나 예술인들로부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만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유럽 아시아 북미등 3대륙인데 지역마다 주요 독자층이 다르고 다루는 소재도 각기 다르다.
만화가 전체 출판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선 독자층도 그만큼 두껍고 다양한 소재의 만화들이 나온다. 어린이부터 직장인, 대학생, 주부등 각계 각층이 만화를 즐겨 보는데 일본만화는 성경, 골프스윙법에 관한 교본, 비극적 여인의 일대기, 정치풍자물, 기업만화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일본만화는 상당히 높은 회화적 수준을 담고 있어 몇몇 작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 대접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만화는 6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청년문화운동의 자극을 받아 새로운 문화양식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때 배출된 하비 쿠르츠만, 로버트 크럼브처럼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가들은 예술로서의 완성도가 높았던 유럽의 만화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만화는 15세이하의 청소년이 주독자층이어서 성인층에게는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
정치비판이 뿌리 깊은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유럽만화는 식자층에게까지 파고들고 있는데 독일작가 게르하르트 세이프리드는 「베를린으로부터의 탈출」이란 만화에서 통독이후 신나치즘의 등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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