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효과 노린 역마진 감수도/오늘부터 금리 자유화 은행들이 금리전쟁에 돌입했다.
수십년간 정부가 짜놓은 규제금리의 틀안에 안주해왔던 은행들이 「무한경쟁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금리자유화를 맞아 고객유치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규제가 풀린 「돈의 가격경쟁」을 통해 더많은 예금, 더많은 대출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은행들의 한판승부가 시작된것이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리자유화를 맞아 은행들은 사고팔 돈의 가격조건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금리체계 조정단계에서부터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인것으로 알려졌다.
1일부터 영업점에 고시될 자유화된 은행별 일반대출우대금리를 보면 신한 연8.5%를 비롯, ▲조흥 한일 제일 연8.75% ▲상업 서신 한미 연9.0% ▲하나 보람 연9.25%이며 당좌대출우대금리는 은행별로 연10∼10.5%에서 정해졌다. 천편일률적이던 일반·당좌대출우대금리가 은행별로 각각 0.75%와 0.5%의 차이가 나게 된것으로 신용도에 의한 차등가산폭까지 감안하면 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같은 금리결정과정 초반부터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거의 매일 금리수준을 수정, 지난 주말께 비로소 확정안을 작성하는등 입시를 방불케하는 눈치경쟁을 벌였다.
일반대출우대금리의 경우 당초 현행수준인 연 8.5% 유지의사를 밝혔던 제일은행은 타은행들이 연 8.75∼9.5%인것으로 전해지자 연 8.75%로 상향조정했고 하나·보람은행은 시중은행 최고수준인 연9.5%로 잠정결정했다가 막판에 0.25%포인트를 낮췄다. 반면 연9%로 정했던 신한은행은 29일 밤 8.5% 고수로 급선회, 결국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의 「영예」를 차지했다.
전은행권이 연10%로 정했던 신탁대출우대금리는 치열한 눈치작전끝에 대부분 은행들이 연9%대로 최종확정했으며 수신금리결정에도 이같은 신경전은 마찬가지였다. 「자금조달원가와 적정마진을 더해 금리를 결정한다」는 원칙에도 불구, 대부분 은행들이 금리경쟁력에서 다른은행보다 앞선다는 선전효과를 위해서라도 역마진도 감수한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비싼 예금과 싼 대출」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길은 결국 자금조달원가와 마진을 낮추는것. 최근 예금유치경쟁이 치열한 노후연금신탁의 경우 신한 한미 보람은행등이 자기 수고비조로 챙겨오던 신탁보수율을 2%에서 1∼1.5%로 낮춰 고객수익률을 연13%대에서 14%대로 끌어올렸다. 제몫을 포기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제공해 고객을 끌겠다는 뜻이다. 한 은행임원은 『평준화시대는 끝났다. 일류은행으로 도약하려면 경쟁에 이겨야 하고 지면 삼류은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긴장된 금융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당분간 출혈경쟁도 예상되지만 결국 금리경쟁력은 비싼 예금과 싼 대출, 은행의 적정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환경, 즉 경영합리화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최근 은행들이 인력감축등 군살빼기에 박차를 가하고 출장소와 무인점포 위주의 소형다점포식 마케팅을 추구하는것도 비용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의 일환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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