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유통 생략… 고객·농민 모두 이익”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그랜드백화점에서는 충북향토물산전이 열리고있다. 이번 행사는 그랜드가 90년6월 강원향토물산전을 개최한뒤 26번째로 여는 향토물산전이다. 걸죽한 우리문화를 접할수있고 감칠맛 나는 우리농산물을 살수있는 이 행사를 백화점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개최한 덕분에 그랜드 김만진사장(49)은 「농촌파 사장」으로 불린다.
김사장이 이 행사를 열기 시작한 것은 90년이다. 연이어 열리는 해외풍물전에 맞서 우리것을 지키고 농촌도 도울 수 있는 행사가 무엇일까 고심하다 향토물산전을 생각해냈다.
직원들을 데리고 무조건 강원도청으로 갔다. 물건을 팔 현지농민과 서울에서 공연을 벌일 문화단체를 알선받기 위해서였다. 반응은 매우 냉담했다. 장사꾼 일에 왜 관청이 끼이냐는것이었다. 할수없이 서울로 다시 올라와 재경도민회와 교섭을 통해 행사를 치를수밖에 없었다.행사는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물건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송된데다 백화점마진도 비용수준만 책정돼 고객이 모이지 않을수 없었다.
첫 행사가 성공을 거두자 두번째 경기향토물산전부터는 농산물판매 효과를 인식한 도청측이 기꺼이 후원을 해주었다. 같은해 11월에 열린 충청향토물산전에는 도지사가 직접 백화점으로 와서 1일판매를 하기도 했다.
김사장은 농촌과 고향에대해 지난 20년간 거의 잊고 살았다. 어린나이에 경남의령군 두메산골을 떠나 상경한뒤 초기에는 상점점원으로 막일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이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작은 연쇄점주인이 돼 지금의 그랜드를 설립하기까지는 회사를 키우느라 고향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김사장의 농촌에대한 집착은 바로 이 죄책감에서 비롯됐다.
『도시와 농촌은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존립할 수 없으니 서로 돕고 살아가야합니다. 20년간 이 간단한 사실을 잊고 살았으니 앞으로 얼마나 농촌을 위한 일을 해야 보상이 될지 알수가 없어요』【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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