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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 의욕 못따르는 성과/박승관(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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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 의욕 못따르는 성과/박승관(나의 지면평)

입력
199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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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일 동해핵 투기관련 정보부족 씁쓸/ 바른 눈·열린 안목·균형잡힌 마음 힘써야 우리는 흔히 다가오는 미래의 특징을 「국제화」의 시대로 요약하는 생각을 만나게 되고 또한 이러한 생각에 어렵지 않게 동의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지난날의 국제질서가 동서 양진영 사이의 냉전과 대립의 시대로부터,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체제에로의 보다 깊숙하고 완결적인 통합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역사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행의 시기에 우리에게 요구되는것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눈일것이다. 안으로 닫힌 눈에서 밖으로 열린 눈을 중시하는 새로운 안목의 배양이 긴요한 시기다. 한국일보의 「월드저널」이나 「세계의 조류」를 위시한 새로운 장기 기획보도 역시 이러한 국제화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된다.

 그러나 최근 한가지 보도사례,구체적으로는 동해에서 발생한 (보다 정확하게는 발생해 온) 인접 강대국들의 핵폐기물 투기사건에 대한 보도를 관찰하여 보면 우리사회의 「국제화」의 수준에 대하여 매우 씁쓸한 마음을 저버리지 못하게 된다.

 사건은 동해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에서 발원하였다. 이 사안에 대하여 우리정부와 언론과 사회는 매우 즉각적인 대응을 보여주었다. 정부의 외교적 항의와 압력도 즉각적이었고, 국회 역시 즉각 추궁에 나섰다. 그리고 어떤 사회단체가 조직해낸 규탄대회도 곧바로 열렸다. 한국일보 역시「공포의 바다…핵오염」시리즈와 각종 기획기사로 이 문제를 다뤘고 러시아의 야만성을 폭로하였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을 포함한 우리사회가 보인 이사건에 관한 반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듯이 동해에서의 인접국들의 핵폐기물 투기는 30년에 걸쳐 꾸준히 발생해 온 사안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기본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한 채,그것도 남이 알려 주어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이던가. 지난 수십년간 국가안보에 모든것을 바쳐온 나라,국제적으로도 이름높은 국가 정보기관들을 몇개씩 운영해온 우리나라이건만, 정작 이처럼 국가적 안위에 중요한 사안에 대한 정보를 정부도 언론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둘째 이 사안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보면 느끼는 씁쓸함은 더해진다. 러시아의 횡포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강구하기 위하여 우리는 일본, 북한을 포함한 4개국협의체의 구성문제를 포함,일본과의 연대방안을 모색하였다. 한국일보를 포함한 언론 역시 일본을 최대의 피해국가로 묘사하면서 공동의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일본 역시도 동해에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다년간 투기하여 온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는 이 또한 모르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국제화」수준의 천박성은 단지 이러한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만 비롯되는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국제사회에서의 가난하고 무지한 깡패」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러시아와 동일한 인접국이면서 세계열강의 하나인 일본을 「우리와 같은 배를 탄 선의의 피해국」으로 우리는 쉽게 믿고 말한다. 러시아는 적, 일본은 우방으로 보는 과거 냉전시대의 정형화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미숙한 국제감각의 탓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화의 시대, 지구화의 시대에 진실로 한국일보에 요청되는 것은 보다 넓은 지면의 할애와 「관심의 선언」을 넘어서는 바른 눈,열린 안목, 균형잡힌 마음인것이다.<서울대 신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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