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대상작 「패왕별희」/집단광기에 희생된 예술가의 비운그려 올해 칸영화제 대상 공동수상작인 「패왕별희」는 중국의 제5세대 감독 첸 카이거(41)의 휩쓰는듯한 혼이 만들어낸 시네마오페라다. 1925년부터 77년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중국역사의 격변하는 소용돌이속에서 예술과 사랑과 자아를 지키려는 중국 경극배우의 휘몰아치는 인생유전을 그린 이영화는 밖으로는 색채가 화재를 일으킨듯 황홀하게 아름답고 안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생명력과 열정이 가득한 힘찬 서사극이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중국공산체제를 비판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같은 체제비판의 영화라기보다는 예술과 사랑에 대한 한없는 애착과 집념에 관한 영화이다.
홍콩의 여류 릴리안 리의 85년도 베스트셀러가 원작인데 칸영화제후 북경과 상해에서 검열판이 잠깐 상영되다가 느닷없이 상영금지조치를 받아 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탔었다. 이같은 조치가 내려진 까닭은 영화내용이 동성애를 묘사한데다 문화혁명을 통렬하게 비난했으며 구악이 말끔히 제거된 등소평시대에 들어와서 작품의 주인공중 한명이 자살을 하는 따위의 「불손한 작품태도」때문이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비난이 비등하자 당시 2000년 올림픽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던 북경당국은 마지못해 해금해버렸다.
이영화는 체제와 사회의 변화가 예술과 사랑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격렬하게 표현하면서 아울러 집단의 광기에 희생되고마는 개인과 예술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처리했다. 첸감독은 문혁당시 직접 하방운동에도 참여했고 영화인인 자기 아버지를 비판한 쓰라린 경험이있어 작품에서 마치 참회나 하듯 집단의 횡포를 치열하게 고발하고 있다.
작품의 두주인공 두안 시아올루(장 뗑이)와 쳉 디에이(레슬리 충)의 연기가 빼어나다. 두소년은 군벌들이 중국대륙의 패권을 서로 다투던 20년대 북경의 가극단원양성소에서 만나 초패왕과 그의 애첩 우희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를 다룬 가극 「패왕별희」의 주역으로 발탁된다. 두안은 초패왕, 그리고 쳉은 우희가 되어 일제의 중국침략과 일제패망후 국민당과 공산당의 세력다툼 또 공산당의 승리와 문화혁명기에 이르기까지 50여년만의 긴세월을 함께 노래부른다.
쳉은 애첩역에 몰입하면서 무대와 인생 즉 꿈과 현실을 분간못해 갈팡질팡하는데 우희가 자결할 정도로 패왕을 사랑하듯 쳉도 두안에 깊은 연정을 느끼게된다. 이같은 쳉의 성적정체에 대한 혼돈은 중국역사의 혼란을 상징하기도 한다. 쳉과 두안의 2인드라마는 두안이 아름다운 창녀 주시안(공리)을 아내로 맞으면서 질투와 배신이 뒤엉킨 3각로맨스로 변이한다.
「패왕별희」는 시대사라는 거대한 파도에 삼켜져버리고마는 인간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2시간 30분에 걸쳐 간절하면서도 풍요롭게 이야기한 스펙터클영화다. 시대사가 저지르는 폭군적 힘이 방자한만큼 그같은 비극적 결말의 모습도 허탈하기 짝이 없다.【미주 본사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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