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퍽 둔감한것 같다. 10월중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5.4%상승, 연말관리목표 5%를 넘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시중의 주부들이면 누구나 벌써부터 몸으로 겪어온 불경기속의 고물가를 책임자들이 미리 예측도 못하다가 이제와서 어쩌겠다는것인지 걱정이 앞을 가린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물가억제선돌파는 『콩심은데 콩난다』는 식으로 미리 예정됐던 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세계적 경제불황에 겹쳐 사정한파·실명제돌연실시등으로 경기와 투자는 위축일로를 걸었는데 통화는 무한정 증발하지 않았던가. 여기에다 냉해마저 겹쳐 농수산물값을 부채질해 왔으니 물가상승은 불을 보듯 뻔했다. 사실 공식통계가 5.4%일뿐이지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물가는 10%를 넘은지 오래인것이다.
물가걱정은 지금부터가 더욱 심각하다. 김장·난방등 연말까지 월동준비수요가 집중된데다 내년예산에는 각종 공공요금인상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올해의 실명제및 통화증발후유증이 겹칠것이 예상되고 세금공세마저 벌써부터 강화되고 있어 너무나 길고 추운 「물가겨울」이 벌써부터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는것이다.
당국에서는 9월까지만해도 뭘 믿었는지 물가를 낙관했다. 그런 낙관론이 GNP는 저성장으로 4.5%로 추정되는데도 내년 공공요금을 6.4∼9.8%나 올리는 결정을 불러왔던것이다.
물가상승의 두려움은 민생주름살에 그치지 않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불황에 물가만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빚어져 고용과 경기는 위축되는데 임금인상요인은 오히려 누적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나라경제가 더욱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경제정책의 1차목표는 언제나 물가안정속의 성장인것이다.
그렇게보면 우리경제팀은 안팎여건이 어렵다지만 너무 안이하고 좁은 시각으로 물가정책을 펴온 책임을 면키 어렵다. 물가를 전반적인 경제흐름속에서 포괄적으로 파악할뿐 아니라 경제외적인 영향까지 충분히 계량하는 능동적인 자세와 치밀한 대책마련이 절실한데도 실제로는 그게 안되어온것이다. 그래서 현실보다 명분에 사로잡힌 「정치따로 경제따로」가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됐을뿐 아니라 경제외적인 후유증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리는 풍조가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것인가.
이제부터라도 경제당국은 투철한 책임의식속에서 제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리고 통치권도 경제팀으로 하여금 경제현실을 직시, 현실에 바탕한 제대로의 정책을 펴게할 책임이 있다.
정부는 오는 3일 물가대책장관회의를 열어 물가비상에 대처키로 했다고 한다. 그 모임이 물가안정의 출발점이자, 「현실을 바로보고, 책임을 질줄도 아는」 경제시책으로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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