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 민주주의가 도입된이래 력대집권자들은 집권초기마다 「정치개혁」 「새정치」 「깨끗한 정치」를 이룩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단한번 제대로 실천도 성공도 한적이 없어 국민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1962년3월16일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불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한다며 정치활동정화법을 통과시킨데이어 보름뒤 정치활동규제자 4천1백78명의 명단을 발표하여 구정치인들에게 날벼락을 내렸다. 당시 군사정부의 한핵심실력자는 『이 법의 취지는 사사건건 정부하는 일에 트집을 잡는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는것이므로 정치부패의 보균자들은 자숙해야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실각후 칩거중이던 장면전총리는 『이 법은 불공정한 선거와 야당이 없는 정치제도를 초래하게 될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쿠데타세력은 정권안정을 위해 구악과 병균들(구정치인)을 영입, 공화당을 보강했다.
그로부터 18년후인 80년 5·18계엄확대로 권력을 쥔 신군부는 5·16군정을 흉내내어 그해11월3일 정치풍토를 쇄신한다며 입법회의서 정치쇄신법을 통과시켜 구정치인 8백11명의 발을 묶었다. 5·18세력역시 정치판을 대청소한다며 심사운운했으나 정치쇄신은 커녕 자신들이 더욱 부패하고 말았다.
이들의 실패는 처음부터 예정된것이었다. 국민과는 무관한, 오직 물리적인 힘에 의한 정화나 쇄신은 성공할 수 없다는것이 입증된것이다.
요즘 정치인―국회의원, 특히 여당의원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국회가 열려 겉으로는 그쪽에 매달려있지만 마음은 김영삼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선거혁명―정치개혁쪽에 쏠려 있는것이다.
민자당의 새선거법안 내용은 엄청나다. 포괄적 선거운동의 제한·금지조항을 철폐한것은 그렇다해도 법정선거비용을 4천5백만원으로 하고 운동원을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하며 당원단합대회를 대폭축소, 50만원이상 벌금땐 10년간 출마를 제한, 또 후보가족과 선거사무장등의 선거법위반때 당선무효등은 가히 파격적이다. 이대로라면 현역의원이란 이점도, 여당이란 이점도 없어지고 신인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어느면에서는 지역에서 꾸준히 표밭을 갈아온 원외인사보다 불리하기까지 한것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가. 우선 재산공개를 통한 공직퐁토쇄신과 사회개혁, 금융실명제단행에 의한 경제개혁에 이은 마지막 단계의 국가개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담한 선거혁명을 하지 않고는 깨끗한 정치를 이룩할 수 없는데다 정치개혁은 모든 개혁의 핵심으로 이의 성패는 다른분야의 개혁에 직결되기 때문에 개혁의 관심이 식기전에 추진하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40여년간 쌓여온 낡은 정치관행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는 정치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되며 그렇게해서 지금까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정계개편도 제도적으로 자연스럽게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게 될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선거혁명―정치개혁은 선진민주국가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오고 또 엄격한 규제법규를 만든다고 곧 돈안드는 공정한 선거와 깨끗한 정치가 이뤄지는것은 아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이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심중한 고려와 노력, 단호한 실천의지등이 전제되어야 하는것이다.
첫째 여야모두 당략적차원을 넘어 장차 민주발전을 위해 공정한 게임과 정치마당을 확보한다는 자세로 임하는것이 필요하다. 다음 정치개혁법안의 국회심의에 앞서 공청회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광범하게 수렴해야 한다. 셋째 정치제도는 어느면에서 국민적요구, 사회환경과 관습의 산물인만큼 무작정 이식보다는 우리풍토에 적합하게 손질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가장 중요한것은 국민들이 정치개혁에 대해 충분히 납득, 공감하고 스스로 새제도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돈 안드는 선거의 취지가 좋다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특히 법통과, 공포후 적어도 1년이상 대국민계몽을 통해 선거때 손내밀고 돈받는 사람도 똑같이 엄벌된다는 점을 알려 국민의식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끝으로 정치개혁법들이 국회서 통과된후에는 대통령주재의 특별공포행사를 통해 정부가 반드시 엄정집행한다는 뜻을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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