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 인상대기… 내년 더걱정/깔린 악재… 맥못추는 안정정책 물가관리목표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10월물가 5.4%상승」은 물가관리에 있어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후다. 공공요금의 대폭인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 물가만 올라가게 돼있는것이다. 우리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에서의 물가급등)상태로 빠져들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것도 이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한 고통분담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금년의 경우 사실은 물가관리가 가장 쉬운 해인 셈이다. 공무원봉급이 동결되다시피하고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강력한 임금안정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기업들도 공산품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자율선언을 해놓고 있다. 사정개혁으로 흥청망청하던 과소비도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이처럼 여건이 괜찮은 편인데다 물가당국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가격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물가관리목표가 무너졌다는것은 우리경제의 물가안정기반 자체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공산품가격 동결선언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는데도(업계주장) 공산품의 소비자가격은 올들어 10월까지 3.4%나 상승한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장도가격이 꿈틀거렸더라면 소비자가격은 줄잡아 6∼7%정도는 올랐을것이다.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전월세가격이 4.3%나 상승한 것도 심상치 않다.
내년의 물가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우선 정부의 고통분담정책의 약화가 예상된다. 임금안정등 고통분담정책의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정책추진의 강도는 상당폭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고통분담정책에 호응하여 금년에 가격이 동결된 각종 공산품과 공공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공공요금의 대폭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해놓은 주요 공공요금 인상률은 ▲지하철요금 15.0% ▲철도요금 9.8% ▲국립대 납입금 7.0% ▲우편요금 9.0% ▲고속도로 통행료 6.4% ▲상수도원수료 13.5%등이다. 또 유류특소세인상으로 휘발유 경유 등유 LPG(액화석유가스) LNG(액화천연가스)등 에너지가격이 내년1월부터 5∼22% 오르게 되어있다. 유류가격이 이처럼 크게 오르면 버스(고속·시외·시내) 택시 연안여객선등 민간부문의 교통요금인상도 불가피하다. 담배세인상으로 담뱃값도 15∼20%정도 오른다.
내년에는 물가인상 도미노현상이 벌어질것으로 우려되고 있는것이다. 이런 징조는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서울시내 중고교의 수업료를 내년에 12.5%나 인상키로 결정했다. 나머지 시도교육청이 뒤따라 갈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금융실명제 후속조치로 시행되고 있는 통화공급확대도 물가관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물가관리상의 악재는 천지사방에 깔려 있는데 호재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정부가 추석이나 김장철 연말등을 맞아 국지적으로 강력한 물가안정책을 발동하지만 맥을 못추는것도 물가관리상의 구조적 불안이 심화되었기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실명제후 갈곳을 못찾고 있는 시중여유자금이 부동산에 몰려 투기붐이라도 몰아치면 경제안정기조는 삽시간에 무너질것이다.
물가를 놓치면 모든 것을 놓칠 수 있다. 물가는 정권까지도 빼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 남미의 교훈이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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