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발성바탕 「신창락」 창법 선보여/새 시도불구 객석 호응은 작아 아쉬움 「과연 우리나라에서 창작오페라는 가능한가,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야 하는가」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 「소녀 심청」은 이런 물음에 대한 우리 음악계의 진지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원로작곡가 김동진씨가 50여년동안 피땀어린 작업끝에 선보인 한국적 오페라 발성법 「신창락」이 전편에 녹아있는 「소녀 심청」은 총 6편의 오페라가 공연될 예술의전당 「93 한국의 음악극축제」에 참가한 유일한 창작오페라라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음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했다.
그러나 음악계의 호의적인 평가와는 달리 청중의 반응은 의외로 낮아 창작오페라가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또다시 절감케 해주었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소녀 심청」은 너무도 친숙한 줄거리라서 청중이 작품속으로 쉽게 몰입할 듯이 느껴졌고 판소리의 발성법에 바탕을 둔 「신창악」의 창법으로 불러대는 오페라 아리아는 우리 정서에 맞닿아 있었다. 1막2장에서 동네 처녀들이 부른 방아타령은 흡사 우리 전통농요처럼 구수하게 들렸다. 또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2막 1장)에 이르러선 객석의 분위기도 슬픔에 젖어 들었다. 압권은 제3막에서 왕비가 되는 꿈에서 깨어난 심청이가 인당수로 끌려가기 직전 심봉사가 불렀던 이별의 아리아. 딸이 가난 때문에 팔려가는 내용을 「신창악」을 통해 우리 가락에 실은 아리아는 애끓는 이별의 심정을 우리 식으로 표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7년만에 오페라무대로 돌아온 연출자 문호근씨의 치밀하고 독창적인 연출솝씨도 돋보였다. 3시간40분에 달하는 긴 공연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전개가 빨랐다. 무대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포톤연구소에서 개발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을 과감하게 도입한 점도 참신해 보였다. 특히 「심청이는 왕비가 되고 심봉사는 눈을 뜬다」는 원작의 줄거리를 바꿔 「왕비가 되는것은 꿈에 지나지 않고 심청이는 결국 인당수에 빠지고 만다」는 파격적인 각색은 가상의 희극을 현실의 비극으로 전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오페라 「소녀 심청」은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객석의 호응을 얻지 못해 발전적인 노력이 청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객석을 꽉채우지 못한 공연은 한 막, 한 막 지나면서 오히려 빈자리가 늘어만갔다. 오페라 관계자들은 「신창악」기법의 아리아가 아직 음악팬들에게 생소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심청이가 꿈에서 깨어나서 선원들에게 잡혀가는 각색이 반전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청중을 혼란에 빠뜨린 점과, 조명이나 무대장치에서 세심함을 기하지 못해 무대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작곡가 최영섭씨는 『비록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우리이야기를 담은 음악극이 더욱 감동적일 수 있고 노력에 따라 창작오페라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말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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