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날품 증가 새현상/무허 소개소 난립 일당가로채기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날품노동자들이 모여드는 새벽 인력시장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감을 얻지 못하고 허탕치는 사례가 잦아지자 서울 성남등 수도권일대 인력시장의 규모가 2∼3년전에 비해 4분의1 정도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감원으로 직장을 잃거나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날품노동을 파는 인력시장에 모여들고 도시 40∼50대 주부들이 도시인근 비닐하우스 밭일에 나서는 도시노동력의 농촌역류현상이 최근 인력시장의 특징이다. 일감부족현상을 틈타 무허가소개소가 난립해 회비 소개비등 명목으로 날품노동자들의 일당을 가로채는 사례도 늘고 있다.
30일 새벽5시 수도권일대에서 가장 큰 곳의 하나로 꼽히는 경기성남시수정구복정동 인력시장. 늦가을 새벽추위에 옷깃을 여민 20∼50대 남녀들이 어둑어둑한 버스정류장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건설경기가 한창 좋던 2∼3년전만해도 매일 1천여명이 모여들었지만 요즘엔 2백∼3백여명이 고작이다. 1∼2년전부턴 대졸자들도 이곳에 모여들어 20∼30명 정도 된다.
날이 밝아 출근차량이 도로를 꽉 메울 때까지 일할 사람을 찾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어 못보던 얼굴이 나타나면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잰 걸음으로 다가가 『사람 쓸거냐』고 묻곤 했다.
남자들이 대부분 허탕을 치는데 비해 여자들은 성남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밭일에 필요한 값싼 인력을 필요로 해 일감을 비교적 쉽게 구했다. 남자들의 일당이 한창 경기가 좋을 때 잡부가 6만원, 미장이 목공등은 10만원까지 하던 것이 최근엔 5만원, 7만∼8만원으로 각각 떨어졌지만 농가에선 1만5천원정도로 싼 여자노무자들을 원했다.
인력시장의 찬 바람은 서울중구남창동 남대문시장주변, 종로구창신동 이대병원뒤편등 서울지역 10여곳도 마찬가지. 건축분야 숙련노무자들이 모여드는 남창동 남산육교아래 인력시장은 지난해초까지 매일평균 1백50여명이 모여들었으나 최근엔 50∼60명선으로 줄었으며, 창신동엔 4백여명에서 최근 1백명선으로 줄었고 그나마 일거리를 못 구하는 사람이 30∼40%는 된다.
일감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서울가리봉동, 양재동, 동대문, 봉천동, 청량리일대등에 무허가소개업소까지 난립하고 이들 무허가소개소를 통해 일했다가 일당을 떼이는 경우도 많다. 무허가소개소는 일감을 구하러온 노무자들에게 가입비명목으로 1만원, 소개비로 3천∼5천원을 선불하도록 하고 있다.
25일 새벽 서울서초구양재동 M직업소개소에 소개비 4천원을 내고 K엔지니어링이라는 건물철거회사에 1일 고용됐던 원영준씨(27)의 경우 서울여의도호텔 공사현장에서 상오 9시부터 하오 6시까지 일한뒤 일당 4만5천원을 이틀후 온라인으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항의했더니 『소송해봐야 시간만 오래 걸리니 포기하라』고 했다는것이다. 최근 날품노동자들은 한달 10여건정도 일감을 얻으면 2∼3건은 이같은 일을 당한다고 말하고 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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