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트리히트조약 정식 발효/99년 단일통화 등 시간표 확인 유럽공동체(EC) 특별정상회담이 열린 29일 브뤼셀 시민들은 발이 묶였다. 임금동결등 정부의 공공분야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등 교통수단이 거의 정지됐다.
브뤼셀에서만이 아니다. 이날 파리와 로마 마드리드 리스본등 유럽주요 도시마다 경제악화와 실업에 항의하는 파업이 잇따랐다.
어수선한 장외의 풍경은 통합유럽의 밝은 장래를 타진한 장내의 풍경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이날 브뤼셀의 분위기는 유럽통합이 지향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11월1일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정식발효를 계기로 소집됐다. 정상들은 「조약의 발효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통합유럽은 이제 중요한 발걸음을 떼었다」라는 말로 시작된 선언은 『유럽인들은 활력과 결단, 신뢰를 갖고 함께 전진하자』는 다짐으로 끝났다.
이번 정상회담은 통합유럽의 법적 출발이라는 선언적 의미와 함께 통합유럽의 시간표를 재천명했다. 정상들은 경제 화폐통합의 2단계인 유럽통화기구(EMI)출범(94년1월1일)과 늦어도 99년까지의 단일통화도입을 재강조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특별회담으로 치장된 이같은 의식과 수사는 「마」조약의 비준과정에서부터 유럽전체에 팽배해진 유럽시민들의 통합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한 필요에서이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그동안 통합유럽의 목표와 방법에 대한 반론이 많았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리고 이는 유익한 논쟁이었다고 평가하고 통합유럽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약속했다. 또 과도한 권력집중을 피하고 각 국가와 사회의 다양성과 전통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통합은 「초국가적 기구」를 출현시켜 개별국가 및 사회의 주권과 전통을 침해하고 말것이라는게 통합회의론자들의 우려였다.
정상회담은 「마」조약 발효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로 통합유럽의 10여개 기구의 소재지를 결정했다(도표참조). 이중 가장 중요한 기구인 EMI는 예상대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결정됐다. EMI는 97년 유럽중앙은행으로 변신, 단일통화창출을 주도하게 된다.
유럽이 안고있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경기침체와 저성장, 경쟁력하락과 여기에서 파생된 2천만명에 달하는 실업문제이다.
유럽통합열차는 EC가 전후 최악이라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호전시키지 않고는 결코 달릴 수 없다. 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통합에 대한 일반의 회의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지가 이날의 정상회담에 붙인 「유럽통합의 침울한 세례」라는 제목은 이같은 유럽의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브뤼셀=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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