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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 악역감수” 야심적 준비/민자 경제전략수립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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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 악역감수” 야심적 준비/민자 경제전략수립 막전막후

입력
199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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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측 “어려움 대신해달라” 요청/“애썼다” 뜻밖칭찬… 정책팀 작업가속화 요즘 민자당의 김종호정책위의장 서상목정책조정실장등 경제팀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졌다. 야심적으로 준비한 경제전략안이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기때문이다. 김의장과 서실장등이 지난 28일 청와대로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경제운용전략」이라는 보고서를 가지고 올라갈 때만 해도 이들은 전전긍긍했다. 보고서가 현 경제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자칫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고서 첫 대목의 제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경제」였다. 실명제의 허실도 거론돼 있고 사정정국의 여파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간접적으로 언급돼 있었다. 자연히 김의장등은 행여 대통령의 질책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고 당에 남아있던 실무팀들도 청와대의 반응이 어떨지 노심초사하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김대통령은 근래 드물게 『애썼다. 일리가 있다』고 칭찬을 했다는 후문이다. 세부적인 계획도 마련, 정부의 경제부처와 협의를 통해 「작품」을 만들라는 당부도 뒤따랐다. 이에따라 당의 정책팀들은 후끈 달았고 철야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의장이 전략수립에 참여했던 의원들과 실무진에게 보안을 지시했음에도 정책팀의 기분이 워낙 상승일로에 있어 보고서의 내용이 조금씩 노출될 정도였다.

 민자당이 경제전략을 마련하게된 배경은 『당이 경제문제의 악역을 맡아달라』는 경제계의 요청이 있었고 정부측도 직·간접적인 경로로 『정부가 말못하는 어려움을 대신해달라』고 부탁해왔기때문이다. 또 재무위소속 의원들이 『경제부처가 대통령에게 현 정책의 문제점을 보고하기란 난망이다』라고 당수뇌부에 건의했다.

 당내외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의장과 서실장은 지난달말부터 실무진에 작업을 지시하고 당내 경제전문가들인 8인멤버를 수시로 모았다. 8인멤버는 이승윤 나웅배 강경식 노인환 김기배 이상득 나오연 김채겸의원등 경제관료 세정관료 경영인출신으로 지난 토초세파동때 수습책을 내놓은 주역들이다. 이들 8인멤버가 토초세의 보완책을 마련, 파문을 진정시켰던 경험도 이번 경제운용전략마련에 당이 선뜻 나서게 되는데 일조했다. 또 황인정한국개발원(KDI)원장 차동세산업연구원(KIET)원장 박영철금융연구원장등 당외의 전문가들도 자주 서실장과 만나 경제토론을 벌였다.

 이들 당내외의 전문가들은 국감의 막바지인 20일께 여의도의 D음식점에서 회동, 마무리작업을 벌였다. 이 자리의 주된 주제는 「현 경제여건을 어떻게 보느냐」였다. 중론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경영인출신의 한 의원은 경제부처를 겨냥,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물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있는데 경제관료들이 이를 보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회의는 경제난을 시인한데 이어 타개책을 국제경쟁력강화로 찾아야한다는 방향으로 수렴됐다. 국제경쟁력강화에는 당외의 전문가들도 전혀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를 놓고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을 정리하기 위해 우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부터 찾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추출된 경쟁력강화의 「걸림돌」은 ▲임금및 노사불안정 ▲금융의 비효율성 ▲세제의 경직성 ▲행정규제 ▲사회간접자본부족 ▲국제화미비등이었다. 이중 가장 중점적으로 제기된 분야는 노사문제였고 해법은 노동법개정의 보류와 임금·노사관계의 안정으로 귀착됐다.

 세율인하문제는 정부안만으로는 실물경제회복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추가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세율의 추가인하는 적자재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새정부출범 첫해부터 적자재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실은 경제논리만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를 고려해 세율추가인하와 세율고수의 장단점을 보고서에 적시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민자당은 이날의 최종토론을 토대로 주말인 24일 밤샘작업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청와대로부터 긍정적 사인을 얻음에 따라 향후 당정회의에서 고삐를 단단히 쥘 태세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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